詩音律庭園 139

행복한 3월을 위해 / 윤보영

행복한 3월을 위해 / 윤보영 3월입니다 산에 들에 꽃이 피듯 가슴에도 꽃을 피워 행복을 선물 받는 3월입니다 내가 행복하듯, 3월에는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가득 사랑이 돋아나는 3월! 돋아난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한 3월을 만들겠습니다 내가 만들겠습니다 3월에는 내가 준 사랑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3월에는 내 3월에는 아직 추위가 있을 수 있고 기다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월은 이것마저 행복한 달입니다 마음까지 따뜻한 달입니다 나의 3월에는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멋진 한 달을 만들겠습니다 3월 내내 사랑하겠습니다 윤보영 시인 경북 문경 출생 2020년 현재 현직공직자 커피 시인으로 잘 알려진 윤보..

詩音律庭園 2020.03.01

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 김용화

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 김용화 내 마음에도 봄이 오면 노랗고 빨간 꽃들이 지천으로 필까 파아란 하늘 아래 연한 바람이 불고 연녹색 환희로 가슴 벅찰까 오손도손 웃음소리가 들리고 포근한 정이 보드랍게 쌓일까 내가 순수했던 어릴 적엔 몰랐네 마음에도 오솔길이 있었고 마음에도 꽃길이 있었고 내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네 마음에도 겨울이 길어 찬바람 불고 마음에도 슬픔이 많아 꽃이 진다는 걸 아무래도 내일은 태양을 하나 따서 불 지펴야겠다 언 땅을 녹이고 언 마음을 녹이고 차가운 겨울 단숨에 떨쳐내고 꽃잎 같은 봄 하나 만들어야겠다 마음에 푸른 숲 만들며 살아야겠다 꿈결 같은 그 숲길 나란히 걸으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어야겠다 김용화 시인 충남 예산 199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는 힘이 세다』..

詩音律庭園 2020.02.28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거 같다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 부터는 가지고 싶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 위와 바로 아래 그림은 이성태 작품임 *** 이생진 시인 1928년 충남 서산 출생, 국제대학 영문과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통해 등단 서울의 보성중학교 교직을 끝으로 평생을 바다와 섬으로 떠돌며 인간의 고독과 섬의 고독을 잇는 시를 써온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섬 시인이다 이 생진 시인의 고향은 충남 서산으로 섬에서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섬이 좋아 거의 평생동안 섬을 돌아다니고 섬에 관한 시집도 33권이나 낸 시인이다 그래서 이라 부른다. 이생진 시인은 우리나라 섬 1,000개 이상을 다녔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도와 우이도를 특..

詩音律庭園 2020.02.26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 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김재진 시인 1955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 졸업 1976년 영남일보 '외로운 식물의 꿈' 등단 1993년 조선일보에 소설 당선 시인, ..

詩音律庭園 2020.02.15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레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 1941년 부산 해동고등학교, 동국대 국문과 1963년 ‘자유문학’ 신인문학상에 시 ‘저녁’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내란' 당선 등단 ‘정음사’ ‘심상’ 등의 편집에 참여하며 전문 출판인으로 활동했고 ‘현대시’ 동인으로도 참여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발기위원 한국시..

詩音律庭園 2020.02.13

사랑의 흔적 / 조재영

사랑의 흔적 / 조재영 언제부턴가 그는 긴 시를 쓰기 시작했네 페이지를 넘겨도 그의 시는 끝나지 않네 구두점을 넣으려다가 쉼표를 찍고 행을 비우네 고개를 드네 그 행간의 배면에 숨은 꽃을 나는 본 적이 있네 꽃잎 모두 떼어낸 꽃나무 줄기가 끝없이 늘어서서 후들거리는 것을 줄거리만 있는 쓸쓸한 소설을 그런 영화를 나는 본 적이 있네 긴 시를 긴 시를 그는 썼네 상심하지 않고 긴 시를 쓰고 있는 그의 밤은 끝나지지 않네 그의 어깨에 두른 반짝이는 푸른 시간의 외투를 그 구겨짐을 나는 본 적이 있네

詩音律庭園 2020.02.01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 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 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저마다 허물이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그 뒷모습 속에서 느껴오는 쓸쓸함조차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싹트는 찰나의 열정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저 원하기보다 먼저 주고 싶다는 배려가 마음속에서 퐁퐁퐁 샘솟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향긋한 커피 한 잔에 감미로운 음악으로도 세상을 몽땅 소유한 것 마냥 행복해 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항상 좋은 벗이 되어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詩音律庭園 2020.01.19

혼자 가는 길 / 강문숙

혼자 가는 길 _ 강문숙 내 마음 저 편에 너를 세워 두고 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 잡목 숲 고요한 능선 아래 조그만 마을 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 내리다 마는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아득히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 간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 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 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어둠을 탁, 탁,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 잡아당기는지 문패 자국이 선연하게 남아있는 낡은 문설주 앞에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울컥 울음이 목구멍을 치솟습니다 울음소리가 목울대를 넘지 않게 이를 악물고 입술을 앙다물고 목을 힘주어 조여 울음소리는 삼켜냈지만 울음은 참을 수가 없네요 좁은 가슴 안에..

詩音律庭園 2020.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