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139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 / 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 / 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우대식 시인 1965년 강원 원주 출생 숭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아주대학교 국문학 박사학위 평택 진위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중 1999년 시 전문지 등..

詩音律庭園 2019.08.09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 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제목을 , 라고 쓰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정확한 제목은 입니다 고독의 시인 조병화(1921 - 2003) ..

詩音律庭園 2019.08.05

작은 물줄기 / 김종순

작은 물줄기 / 김종순 작은 물줄기가 만날 때를 지켜보렴 한 개 물줄기가 엎드리면 다른 물줄기도 곁에 와 가만히 엎드리지 물은 물을 밟고 지나가지 않는단다 먼 곳에서 힘들게 달려온 또 다른 물줄기를 위해 두 물줄기는 잠깐 비껴 서 손뼉도 쳐주지 그러나 물은 물 사이를 지나쳐 가버리지 않는단다 함께 가자 속삭이며 어깨동무한단다 엎드리고 비껴 서며 서로의 가슴 껴안는 물줄기들 마침내 깊고 푸르게 흘러가며 산과 들을 흠뻑 적시는 합창이 된단다 김종순 시인 1982년 『부산 MBC문학상』에 동화 「반딧불」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복슬이」당선 등단 2003년 동시집 『따뜻한 우유』로 부산아동문학상 수상 2008년 동시집 『어린 새싹의 외출』로 제28회 이주홍문학상 수상 2008년 한국 동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詩音律庭園 2019.07.27

차라리 잡초가 되리 / 장남제

차라리 잡초가 되리 / 장남제 잡초 좀 뽑을까 해서 뜨락에 나가보니 내가 심은 것, 안 심은 것 한데 섞여 무성하다 나의 뜨락에 내가 심지 않은 것은 모두 잡초이려니 쪼그리고 앉아서 손을 뻗는데 저쪽 하늘이 퍼렇다 내가 심지 않은, 하늘이 옮겨 심은 것은 모두 잡초일까 나를 옮겨 심은 부모님 모두 가고 없는 이제 나는 누군가의 뜨락에 잡초가 아닐까 차라리 잡초 하나 못 뽑는 잡초가 되어 좋으리 장남제 시인 본명 장승규, 경남 사천출생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 졸업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거주 2002년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 , 시마을 작품선집 , 동인시집 , , "詩마을" 동인, 세계문인협회 남아공 지회장 LG 남아공 지사장 역임, 남아공 한인 경제인협회 회장 역임 SUPEX CORP 대표, SKC ..

詩音律庭園 2019.07.24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버리고 떨어진 꽃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 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詩音律庭園 2019.07.21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깨달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깨달았다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 서울대학교 교육학 서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 1965, 1966, 1967년 3회에 걸쳐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 〈달〉·〈별〉·〈위로〉가 실리며 등단 1970년 첫 시집 〈달하〉 출간 이향아,·신달자와 함께 펴낸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1986)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시집 〈절망시편〉(1972), 〈물로 바람으로〉(1976), 〈그리..

詩音律庭園 2019.07.15

그리움 하나 있네 / 정유찬

그리움 하나 있네 / 정유찬 늘 그리움 있네 하늘을 봐도 나무를 봐도 울컥 솟아오르는 그리움 하나 있네 그리움으로 시를 써 바람에 부치고 남은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려 하늘에 걸었네 그러니 세상이 온통 그리움이네 봄 여름이 지나 가을 겨울이 와도 언제나 내게는 아름다운 느낌으로 그리움이 커지고 있었네 정유찬 시인 1966년생, 탤런트 정욱의 아들 롱아일랜드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다온문예 편집위원장, 스토리텔링예술협회 부회장 세계문인협회 회원. 문학넷 작가, 영작시 동인 1996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했지만 이미 1980년대 첫 시집 출판 시집 , , , 시. 에세이집 영역시선집『사랑의 안부(Tidings of Love)』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월간 ‘문학세계’ ‘시세계’에서 공..

詩音律庭園 2019.07.13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 김시천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 김시천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

詩音律庭園 2019.07.11

그리움에 취하는 날 / 정유찬

그리움에 취하는날 / 정유찬 한 잔의 술보다 그리움에 취했다 늘 술잔을 들면, 어지럽다, 귀찮게 떠오르는 그 얼굴, 몸짓 잊었던 향기와 기억들은 마음을 휘휘 저어 독하디 독한 술이 되는 구나 술 보다 먼저 나의 영혼을 적시는 너 지금, 어디 있느냐 어디에 있느냐 ! 1966년생, 탤런트 정욱의 아들 롱아일랜드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다온문예 편집위원장, 스토리텔링예술협회 부회장 1996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했지만 이미 1980년대 첫 시집 출판 시집과 저서로 쉼표이고 싶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사랑과 진리에 대한 사색, 사랑의 안부, 길을 찾는 영혼, 참 좋은 풍경, 행복한 여운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월간 ‘문학세계’ ‘시세계’에서 공로패 수상

詩音律庭園 2019.07.05

내 마음에 사는 너 / 조병화

내 마음에 사는 너 / 조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자리 너의 생각 밖에 내가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있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詩音律庭園 201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