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 한옥순 시시한 가슴앓이에다 부질없는 사랑을 들어부었습니다 참 진합니다 너무 진한 사랑은 사랑도 아닙니다 가슴속까지 쓰라리게 하지요 진한 커피가 참 뜨겁기도 합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니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데인 상처가 더 오래 남지요 그녀가 눈치 채지 않게 조금 조금씩 흘려버립니다 슬픈 자국은 오래 남기면 안 되니까요 이제 우리, 등 돌려 돌아서 가면 구겨버린 종이컵처럼 뜨겁고 진하던 사랑도 쓰레기통에 처박히겠지요 그녀가 내미는 차가운 손 잡으니 가슴 속 한 귀퉁이에서 툭하고 종이컵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픈 기억에선 진한 커피 향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