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詩카페 50

커피믹스 / 한옥순

커피믹스 / 한옥순 시시한 가슴앓이에다 부질없는 사랑을 들어부었습니다 참 진합니다 너무 진한 사랑은 사랑도 아닙니다 가슴속까지 쓰라리게 하지요 진한 커피가 참 뜨겁기도 합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니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데인 상처가 더 오래 남지요 그녀가 눈치 채지 않게 조금 조금씩 흘려버립니다 슬픈 자국은 오래 남기면 안 되니까요 이제 우리, 등 돌려 돌아서 가면 구겨버린 종이컵처럼 뜨겁고 진하던 사랑도 쓰레기통에 처박히겠지요 그녀가 내미는 차가운 손 잡으니 가슴 속 한 귀퉁이에서 툭하고 종이컵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픈 기억에선 진한 커피 향이 납니다

茶香詩카페 2022.09.02

차 한 잔 그리워지는 겨울에는 / 김홍성

차 한 잔 그리워지는 겨울에는 / 김홍성 그대여 가을에는 슬픈 이별의 이야기가 있었다면 따뜻한 차 한 잔 그리워지는 겨울에는 우린 난롯가에 앉아 녹차향 우려내는 마음으로 싸늘한 얼음장 녹이는 가슴으로 사랑을 하자 우리 모르게 밤사이 하얗게 눈이 내려 쌓인다 해도 여린 햇살에 눈물짓는 눈꽃같이 슬픈 사랑 이야기는 하지말자 손가락 끝 시리면 우리 난롯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하늘에서 내리는 하이얀 눈꽃송이 바라보며 설원처럼 하이얀 꿈 하나 예쁘게 만들어 가자

茶香詩카페 2021.01.11

당신과 커피 한 잔의 행복 / 임숙희

당신과 커피 한 잔의 행복 / 임숙희 바쁜 삶 속에서 지친 마음 당신의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갈색 커피 향이 그윽한 작은 화분이 놓여있는 아담한 카페도 괜찮고 풀꽃 향기 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퍼지는 공원에서 자판기 커피도 괜찮습니다 당신과 함께 커피 향이 가득한 찻잔에 기쁨, 슬픔 함께 나누는 정겨움의 향기로 바람이 훑고 간 마음자리 눈부신 햇살 포근히 스며들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당신의 부드러운 미소 담아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휴식 같은 행복을 안겨줍니다 바쁜 삶 속에서 지친 마음 당신과 마시는 커피 한 잔에 내 마음은 평온함으로 깃듭니다

茶香詩카페 2020.10.15

그대와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 한명희

그대와 차 한 잔 마실수 있다면 / 한명희 가을 향기 스미어 오는 아침 커피 향기 가득 맡으며 그대 생각합니다 그대가 생각날 땐 나도 모르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습관이 있지만 오늘은 더욱더 커피 생각이 간절하게 다가오네요 그대와 마주보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싸늘히 비워 내는 찻잔 위엔 쓸쓸하기만 합니다 그대 그래도 한 사람만을 위한 꿈꾸어 왔던 사간들이 있기에 쓸쓸해도 참으렵니다 언젠가는 그대와 마주앉아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茶香詩카페 2020.09.29

오늘의 커피 / 윤성택

오늘의 커피 / 윤성택 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 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 솨르르 흩어져 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 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보낸다 차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하늘이 깊고 쓸쓸하다

茶香詩카페 2020.09.04

찻잔 속의 그리움 / 모은 최춘자

찻잔 속의 그리움 / 모은 최춘자 손에 든 찻잔 속에는 무시로 그리움 열려 떠오르는 얼굴 내 안에 있기만 해도 좋을 당신인데 지금 어둠 내린 창가에서 달빛 그림자 밟으며 날 찾아와 꿈의 문을 열고 모습을 보이실까 커피잔에 비친 다정한 열굴 가슴 뛰게 하는 그윽한 당신의 향기 찻잔에 하얗게 피어올라 볼을 스치고 감은 눈 뜨지 못해 허공 맴도는 날 찾아와 놀다 가려는 당신 있어 그대의 뜨거운 사랑, 나는 마신다

茶香詩카페 2020.08.16

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오줌 누고 커피 한 잔 빼먹고 싶다 천 원짜리 한 장 집어넣고 버튼을 눌렀다 커피가 설탕과 프림과 몸을 섞으며 컵 속으로 녹아든디 등 뒤에서 선생님, 저도 한 잔 빼주세요 서둘러 종이컵을 뺐다 선생님, 빼지 마세요 아직 물이 나와요 물 물, 왜 그리 물이 부끄러울까 봄밤의 몽정처럼 먼 산 저 꽃들 질펀하게 터져 나온다 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茶香詩카페 2020.03.19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 이정하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 이정하 조용히 내려와 곱게 흩어지는 햇살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이러한 날이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지요 하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내게 부여된 책임이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있는 자리에 주저 앉고 맙니다 지금쯤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혹, 아침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저 찬란하게 부서지는 아침 햇살을 감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나는 오늘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그 조용한 반짝임이 꼭 그대의 편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나의 글이 힘이 된다니 그 말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요 사실은 그대의 편지가 도리어 저 고운 햇살처럼 나를 눈부시게 하는데 오늘 같은 날이면 다른 것 모두 접어두고서 그대와 마주 앉아 따뜻한 차 ..

茶香詩카페 2020.03.03

양촌 다방 / 황진성

양촌 다방 / 황진성 난로 위 주전자 뚜껑이 속내를 감춘 욕망만큼 달그락거리고 친절한 금자 씨가 빈 잔마다 커피를 리필해준다 여기가 바로 양지바른 촌 동네, 양촌이라고. 양은 주전자 속 물처럼 언젠가 나도 저리 들끓었던 한때를 추억한다 코를 맞대고 탁자 아래 소곤거리는 낡은 구두들 곰팡이 얼룩진 벽지에 쥐 오줌으로 지도를 그린 천장 깨진 유리창에 추억을 가리듯 붙여 놓은 철 지난 달력을 떼어 내니 양지바른 한 시절 그렇게 가버렸다고 눈발에 갇혀 버린 양촌 다방 깨진 유리창 사이로 성긴 눈보라 꽃이 핀다 황진성 시인 1975년 대전 충남대 수학과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2006년 《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폼페이 여자』 황진성 시인 맨 위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양촌..

茶香詩카페 202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