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詩카페 50

"차 한 잔 하시겠어요?" / 이해인

"차 한 잔 하시겠어요?" / 이해인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사계절 내내 정겹고 아름다운 이 초대의 말에선 연둣빛 풀 향기가 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 설렘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우리는 고요한 음성으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한다 낯선 사람끼리 만나 어색한 침묵을 녹여야 할 때 잘 지내던 사람들끼리 오해가 쌓여 화해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도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 한 잔 하시겠어요?" 한다 혼자서 일하다가 문득 외롭고 쓸쓸해질 때도 스스로에게 웃으며 "차 한 잔 하시겠어요?" 하며 향기를 퍼 올린다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이 말에 숨어 있는 사랑의 초대에 언제나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茶香詩카페 2019.06.22

참 달콤한 커피 / 모은 최춘자

참 달콤한 커피 / 모은 최춘자 맑은 하늘에 반짝이는 빛살 살랑거리는 바람 달콤해 진한 커피향에 젖어들며 그대 생각을 불러옵니다 한 모금 향긋함에 두 모금 달콤함에 담아 보는 그대 그리움 온몸에 스며드는 애틋한 사랑 생각할수록 보고 싶은 그대 지지 않는 마음의 꽃으로 피어 비오는 날이나 햇살 고운 날이나 커피향보다 진하게 피어납니다 모은(慕恩) 최춘자 전남 영암 출생 미국 뉴욕 거주 문예춘추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으로 , 국제문화예술상 수상 매월당 김시습 문학상 수상 미국 에피포트문학상 수상 연암문학예술상 수상 국제펜클럽 회원

茶香詩카페 2019.05.04

블랙커피가 그리운 날 / 유인숙

블랙커피가 그리운 날 / 유인숙 문득, 향 깊은 블랙커피가 그리운 날 먼 길을 달려서라도 고풍스런 그 카페를 찾아 그대 보고 싶다 오랜 세월 닳아버린 나무 등걸 한 발 두 발 밟고 오르는 계단을 지나 소담스런 눈송이 휘날리는 풍경 바라다 보이는 나무 탁자 놓인 창가에 앉아 뜨거운 가슴 비어내다 홀로인 잔의 쓸쓸함마저 함께 느끼고 싶다 그대와 저무는 날의 넉넉함을 마시고 싶다 이슥한 밤이 찾아오면 이내 노을은 지고 온 마음 사위어 가듯 홀가분하게 하루를 비워내는 생의 아름다운 자취를 잔에 띄우고 싶다 그의 사랑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감탄하며 문득, 향 깊은 블랙커피가 그리운 날 사랑하는 그대와 아주 작은 사소함을 나누고 싶다 시인 유인숙 전북 김제 부용교회 사모 2001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한국기독교작..

茶香詩카페 2019.04.27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나는 너를 위하여 내 하루의 작은 시간을 떼어놓겠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비밀한 오두막을 지어 놓겠다 나의 하루가 비록 나를 내다놓은 삶이라 해도 때로는 거짓 웃음과 억지의 쳇바퀴를 구르는 삶이라 해도 원피스가 먼저 세수를 하고 거울이 나를 치어다보며 권태가 지하철을 탄다 하여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하나의 눈을 위하여 노을이 지면 찻물을 끓여야겠다 이제 마주앉을 너를 위하여 차를 마시는 시간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거기에는 철학도 없다 거기에는 편견도 없다 거기에는 너의 느낌뿐이다 시인 홍수희 1995년 문예지 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015년 12회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카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

茶香詩카페 2019.04.26

언제 만나 차 한 잔 하고 싶다 / 김명회

언제 만나 차 한 잔 하고 싶다 / 김명회 그리움이 온몸에 엄습해 오고 그대 얼굴 환영 되어 아른거린다 태양 서산마루로 기울듯 잊힐 줄 알았는데 그리움은 달을 비춘다 한 번만이라도 견우와 직녀 되어 오작교에 사랑 그리워라 노을진 세월의 무게 안고 변한 모습 상상의 나래를 펴고 이끼 낀 얼굴이면 어쩌리 수양버들 흐느적거리지 않아도 일송정의 푸른 소나무이면 되리라 젊은 시절 매력 사라져도 마음은 청춘이면 그때의 추억을 그리며 못다 한 사랑의 열매 꽃피워 보고 싶다 언제 만나 차 한 잔 하고 싶다

茶香詩카페 2019.04.20

바닷가 찻집 / 김주희

바닷가 찻집 / 김주희 창밖은 물바람이 살을 에인다 어디서 시작인지 모르게 밀려오는 파도가 얼어붙은 타인의 창가에서 낮익은 악수를 청한다 달콤한 음악에 녹아 드는 귀 어지러이 탁자 위를 날개짓하는 나른한 햇살의 왈츠 가슴엔 꿈결처럼 하트가 피어 난다 라떼에 그려진 오랜만의 평온한 졸음 뜨거운 김에 서리는 눈안개 모여 전설같은 머언 오래된 눈물이 찻잔에 뚝 떨어진다 무모한 사랑의 열정도 서투른 삶의 애틋함도 다 부질이 많았던 세월의 경계였던가 가슴 저릿하던 꽃나이의 추억들이 죽은 감성을 부추기며 어느 바닷가 찻집에서 한 잔의 커피에 곱게 취한다

茶香詩카페 2019.02.19

바닷가 찻집 / 김승봉

바닷가 찻집 / 김승봉 누구나 바다 하나씩 가지고 산다 가까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찻집에 앉아 옛사랑을 그리며 반쯤 식어버린 차를 마신다 파도는 유리창 너머에서 뒤척거리고 찻집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오래된 시집을 읽고 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찻집보다는 선술집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사내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주인은 시집을 덮고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확트인 유리창 곁에 그 사내들의 자리를 권하고 다시 시집을 펼쳐든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들어간다 주인은 주문을 받지도 않고 사내들은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사내들은 떠나가고 주인만 홀로 빈 찻집에 남게 될 것이다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지쳐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그 바닷가 찻집에 파도처럼 왔다가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이 어디 그들 뿐이었겠는가..

茶香詩카페 2019.02.08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 장영순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 장영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면 난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되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조용한 아침이라도 좋고 바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라도 좋다 날마다 당신 손에 들리어져 당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끝을 느끼고 싶고 날마다 당신 입술에 닿아 내 작은 가슴 콩닥이고 싶다 차 한 모금이 당신 몸으로 넘어갈 때마다 당신의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내가 얼마니 차지하고 있나 엿보고도 싶다 당신이 나를 들고 창가를 내다볼 때면 난 당신의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고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어 잠시나마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 같은 휴식을 날마다 당신께 주고싶다 내가 당신의 정겨운 찻잔이 된다면

茶香詩카페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