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詩카페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음악듣는남자 2019. 4. 26. 22:36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나는 너를 위하여
내 하루의 작은 시간을 
떼어놓겠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비밀한 오두막을
지어 놓겠다 
 

나의 하루가 비록 나를 내다놓은 삶이라 해도 때로는 거짓 웃음과 억지의 쳇바퀴를 구르는 삶이라 해도 원피스가 먼저 세수를 하고 거울이 나를 치어다보며 권태가 지하철을 탄다 하여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하나의 눈을 위하여 노을이 지면 찻물을 끓여야겠다 이제 마주앉을 너를 위하여 차를 마시는 시간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거기에는 철학도 없다 거기에는 편견도 없다 거기에는 너의 느낌뿐이다



 
시인 홍수희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015년 12회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카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

달력 속의 노을(1997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년)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