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詩카페

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음악듣는남자 2020. 3. 19. 23:04



 
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오줌 누고 커피 한 잔 빼먹고 싶다
천 원짜리 한 장 집어넣고
버튼을 눌렀다
커피가 설탕과 프림과 몸을 섞으며
컵 속으로 녹아든디
등 뒤에서
선생님, 저도 한 잔 빼주세요
서둘러 종이컵을 뺐다
선생님, 빼지 마세요
아직 물이 나와요
물 물, 왜 그리 물이 부끄러울까
봄밤의 몽정처럼
먼 산 저 꽃들 질펀하게
터져 나온다
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