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詩카페

오늘의 커피 / 윤성택

음악듣는남자 2020. 9. 4. 22:37

오늘의 커피 / 윤성택 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 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 솨르르 흩어져 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 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보낸다 차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하늘이 깊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