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139

기다림의 시 / 양성우

기다림의 시 / 양성우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흰 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위는 제가 임의로 행과 연을 구분한거고 원래는 아래와 같습니다 **********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면의 밤, 떨어져 쌓인 흰 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양성우 시인 197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투사적 ..

詩音律庭園 2019.10.16

가을 / 함민복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졸업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4년 근무 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입학 2학년 때인 1988년 에 「성선설」 등을 발표 등단 1990년 첫 시집 『우울氏의 一日』을 펴내고 의사소통 부재의 현실에서「잡념」의 밀폐된 공간 속에 은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 1993년 발표한 『자본주의의 약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다 1996년부터 강화도 화도면 동막리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 쓰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이 없는,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전업 시..

詩音律庭園 2019.10.03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달은 찻잔 속에 떠 있고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황혼이 밤을 두려워 않듯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으리 술 마실 때 취하는 걸 염려 않듯 사랑이 올 때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은 더 이상 없네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진대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사용 images : tvN "호텔 델루나"(16부작, 2019.7.13~9.1) 신현림 시인, 사진작가 경기도 의왕 아주대 국문과 졸업,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비주얼아트 석사 1990년 『현대시학』에 「초록말을 타고 문득」외 9편의 시 발표 등단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의..

詩音律庭園 2019.09.30

원시(遠視) / 오세영

원시(遠視)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詩音律庭園 2019.09.27

황홀한 고백 / 이해인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 詩는 김효근 작곡가, 박성훈 작곡가가 곡을 붙여 천주교 생활 성가로 만들어져 청소년 성가로 많이 불리워지고 있는데 성가에서의 제목은 "사랑한다는 말은"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를 소개할 때 "사랑한다는 말은"을 제목으로 쓰는 분들도 많다 *** 윤슬 성두석 ***

詩音律庭園 2019.09.23

바람의 노래 / 오세영

바람의 노래 / 오세영 바람 소리였던가 돌아보면 길섶의 童子꽃 하나 물소리였던가 돌아보면 여울가 조약돌 하나 들리는 건 분명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데도 없는 네가 또 아무데나 있는 가을 산 해질녘은 울고 싶어라 내 귀에 짚이는 건 네 목소린데 돌아보면 세상은 갈바람 소리 갈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오세영 시인 전남 영광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충남대 교수, 단국대 교수,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역임 《현대문학》에 1965년 〈새벽>, 1966년 〈꽃 외〉, 1968년

詩音律庭園 2019.09.19

9월 / 홍수희

9월 / 홍수희 소국(小菊)을 안고 집으로 오네 꽃잎마다 숨어 있는 가을, 샛노란 그 입술에 얼굴 묻으면 담쟁이덩굴 옆에 서 계시던 하느님 그분의 옷자락도 보일 듯 하네 시인 홍수희 1995년 문예지 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015년 12회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카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 달력 속의 노을(1997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년)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년)

詩音律庭園 2019.08.31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울한 샹송 / 이수익 (김선민 작곡, 길은정 노래, 1988년)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詩音律庭園 2019.08.24

러브호텔 / 문정희

러브호텔 /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

詩音律庭園 201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