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혼자 가는 길 / 강문숙

음악듣는남자 2020. 1. 3. 15:05




혼자 가는 길 _ 강문숙
내 마음 저 편에 너를 세워 두고
혼자 가는 길, 자꾸만 발이 저리다
잡목 숲 고요한 능선 아래 조그만 마을
거기 성급한 초저녁별들 뛰어 내리다 마는지
어느 창백한 손길이 들창을 여닫는지, 아득히
창호지 구겨지는 소리, 그 끝을 따라 간다
둥근 문고리에 찍혀 있는 지문들
낡은 문설주에 문패 자국 선연하다
아직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누르며
혼자 가는 이 길
누가 어둠을 탁, 탁, 치며 걸어오는지
내 마음의 둥근 문고리 잡아당기는지 



문패 자국이 선연하게 남아있는 낡은 문설주 앞에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울컥 울음이 목구멍을 치솟습니다
울음소리가 목울대를 넘지 않게 
이를 악물고
입술을 앙다물고
목을 힘주어 조여 
울음소리는 삼켜냈지만
울음은 참을 수가 없네요
좁은 가슴 안에 갇힌 울음소리들이
콧물을 만들어 내고
어깨를 들썩이고
가슴과 온몸을 마구 흔들어댑니다
수많은 그때 그 순간들이 
단 하나의 초저녁별빛으로 응축되어
꼭 감은 눈꺼풀을 뚫고
흘러 
알알이 떨어져
통통통 푸르게 푸르게 온 세상을 반짝입니다 
감을수록 더 잘 보이는 
그 모든 순간들에 너였던 저 수많은 초저녁별들이
또다시 온 하늘 가득 촉촉하게 반짝입니다/_font>

한참 후에야
마지막 4연을 읽었습니다
*** 글쓴이 : 윤슬 성두석 *** 






강문숙 시인

1956년 경북 안동 1991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안개’ 당선 1993 작가세계 신인상 등단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 <신비한 저녁이 오다> 사진공동시집 <보고 싶다> 오페라 대본 <광염소나타>, <무녀도>, <유랑> <배비장전>, <광야> 칸타타 <독도 판타지> 2000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한국 시인협회 회원 대구예술가곡회 이사 방송프리랜서 푸른방송 시창작과 강사 대구시교육청 문학예술영재교육원 강사 ** 이 詩 <혼자 가는 길>은 2006년 출간한 시집 <탁자 위의 사막>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편집 : 윤슬 성두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