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詩 32

첫사랑 / 홍계숙

첫사랑 / 홍계숙 첫 꽃잎에 당신 손을 잡는 순간 솜털 끝으로 뿌리까지 찌릿찌릿 전류가 흘러 풀잎 마디마디 푸른 알전구 환하게 불이 켜지고 세상이 일제히 눈을 떴다 풀꽃 위로 바람 분 날 홍계숙 시인 1968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초등학교 교사 재직 중 2017년 가을호 등단 동인지 와 에서 활동 2017년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 선정 2015 월간 "좋은생각"에 시 선정 2017년 출간한 시집 에 이 시 과 함께 실려 있는 예쁜 시 한 편을 더 소개드립니다 꽃 / 홍계숙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꽃을 부르는 것 같아 나는 내 주위를 둘러보네 그곳에 나는 없고 꽃 한 송이 피어나 향기로운 마음만 너에게로 가네 *** 편집 윤슬 성두석 ***

첫사랑♡詩 2020.04.06

첫사랑 / 서정란

첫사랑 / 서정란 너는, 내 이별의 1번지다 추억의 1번지다 그리움의 1번지다 너는, 내 가슴이 맨 처음으로 가닿은 내 마음 1번지다 서정란 시인 경북 안동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1992년 동인지 ≪죽란시≫ 출간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인 신경림은 서정란의 시세계를 한마디로 “낮고 넓고, 따뜻하고 한결 같다”고 했다 극작가 신봉승은 “서정란 시인의 시에서는 반짝이며 도란도란 흐르는 냇물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시집 《꽃구름 카페》 《흔들리는 섬을 위하여》 《오늘 아침 당신은 내 눈에 아프네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어쩔 수 없는 낭만》 《어린 굴참나무에게》 《클림트와 연애를》 수상 동국문학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 동국문학인회 회원, 문학의 집 서울 회원 국제..

첫사랑♡詩 2020.04.05

첫사랑 그 여자 / 김용화

첫사랑 그 여자 /김용화 남몰래 가슴 깊이 묻고 살아도 꿈속에서 불쑥 뛰쳐나와 들킬 것 같아 불안하다 한세상 살며 가슴 좀 실컷 아파 보라고 꿈길마다 찾아와 눈웃음치다 한 발짝 다가가면 살래살래 달아나 버리는 김용화 시인 충남 예산 199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는 힘이 세다』『감꽃 피는 마을』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비 내리는 소래포구에서』 『루루를 위한 세레나데』『먼 길』 시선집 『감꽃 지는 마을』 시와시학상 동인상 수상 김용화 사인의 시는 2019년 9월 20일에는 제 블로그 에 를 2020년 2월 28일에는 제 블로그 에 을 올린데 이어 세 번째 시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 윤슬 성두석 ***

첫사랑♡詩 2020.04.04

낙화, 첫사랑 / 김선우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이 시가 주는 메시지를 표현해 보기 위하여 의 이미지들을 사용했는데 이 이미지들이 갖고 있는 본래 [내용]은 잠시 잊고 이 이미지들이 주는 느낌만 이 시와 관련지어 봅니다 배경음악도 뒤죽박..

첫사랑♡詩 2020.04.03

첫사랑 / 심재휘

첫사랑 / 심재휘 장충동에 비가 온다 꽃잎들이 서둘러 지던 그 날 그녀와 함께 뛰어든 태극당 문 앞에서 비를 그으며 담배를 빼물었지만 예감처럼 자꾸만 성냥은 엇나가기만 하고 샴푸향기 잊혀지듯 그렇게 세월은 갔다 여름은 대체로 견딜 만하였는데 여름 위에 여름 또 여름 새로운 듯 새롭지 않게 여름 오면 급히 비를 피해 내 한 몸 겨우 가릴 때마다 비에 젖은 성냥갑만 늘었다 그래도 훨씬 많은 것은 비가 오지 않은 날들이었고 나뭇가지들은 가늘어지는 운명을 향해 걸어갔다 가늘어지기는 여름날 저녁의 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후로 많은 저녁들이 나를 지나갔지만 발 아래 쌓인 세월은 귀갓길의 느린 걸음에도 낡은 간판처럼 가끔 벗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른 꽃잎에게 묻는 안부처럼 들쳐보는 그 여름 저녁에는 여전히 버..

첫사랑♡詩 2020.04.02

첫사랑과 순대국과 뭉게구름 / 홍사성

첫사랑과 순대국과 뭉게구름 / 홍사성 어쩌다 한 번 보고 싶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어느덧 절정의 때는 지나 열정도 시들어 희로애락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지만 문득 첫사랑 애인을 만나면 누군들 지나간 날의 쓸쓸함에 대해 절망하지 않으랴 날마다 새롭게 나팔꽃처럼 벙글던 그녀가 순대국집 아줌마가 되어 있다면 혹은 어느 잘나가는 사내의 아내로 살아갈지라도 이제 만나본들 얼마나 서글퍼질 것인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조금은 그립고 아직 못다 한 말 있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잊지는 차마 못하겠거든 황홀한 뭉게구름인양 먼 산에 걸어놓고 그냥, 웃고 살자 홍사성 시인 강원도 강릉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2007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년에 ..

첫사랑♡詩 2020.03.31

첫사랑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첫사랑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First Love / William Butler Yeats ) THOUGH nurtured like the sailing moon In beauty's murderous brood, She walked awhile and blushed awhile And on my pathway stood Until I thought her body bore A heart of flesh and blood 마치 떠가는 달과 한 둥지에서 태어나 자라기라도 한 듯 그 아름다움으로 저 달처럼 내 넋을 빼앗아 가버린 그대, 나 혼자 오솔길 걷고 있을 때 잠시나마 그 길로 걸어 들어와 부끄러운 듯 얼굴 붉히며 내 앞에 발걸음 멈추고 서있던 그대, 그때는 그대 몸 안의 심장도 나와 같은 살과 피..

첫사랑♡詩 2020.03.29

첫사랑을 보러 가네 / 강은교

첫사랑을 보러 가네 / 강은교 비 오는 날이면, 허공을 걸어 첫사랑을 보러 가네 첫사랑은 향기로운 웃음을 흔들며 안개 뒤에 서 있네 내 온몸의 피는 첫사랑의 허파 속으로 달려가네 구름의 등과 안개의 무릎에 앉은 이끼들 사이로 벽을 향하여 벽 속에 걸린 등불을 향하여 꿈의 지느러미를 향하여 침묵의 중얼거림을 향하여 비 오는 날이면, 허공을 걸어 첫사랑을 보러 가네 첫사랑은 향기로운 웃음을 흔들며 빗방울 뒤에 서 있네 꽃들의 심장을 두드리네 처녀들과 함께 오, 시간의 처녀들과 함께 강은교 시인 1945년 함남 홍원군 출생(월남)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학과,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문학 석사, 박사 동아대 국문과 교수(현재는 명예교수) 1968년 대학교 졸업하던 해에 에 "순례자의 잠" 당선 등단 강은교 시인은..

첫사랑♡詩 2020.03.28

첫사랑 / 김하인

첫사랑 / 김하인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저보다 더 소중하고 더 간절하게 되기를 제가 살고 죽어도 영원히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섬겨야 할 사람을 기다려왔습니다 이 세계가 당신을 통해 운행되고 제 마음이 당신 감정에 의해 모래성으로 지어지고 허물어지게 만들 손을 가진 당신…… 첫 식탁을 차리듯 제 삶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담아 당신에게 내어놓습니다 풀잎을 세우는 햇빛처럼 꽃을 피우는 비처럼 나무를 세우는 바람처럼 그렇게 제 마음의 첫 순입니다 당신을 통해 꽃피길 바랍니다 이후 삶을 살며 그 어떤 절망과 참담한 시련일지라도 당신 떠올릴 때마다 제가 순해지고 맑아지고 착해질 수 있도록 당신 사랑으로 축복해 주십시오 김하인 소설가, 시인, 추리작가 1962년 경북 상주시 대..

첫사랑♡詩 2020.03.26

다시 첫사랑에 관하여 / 심재휘

다시 첫사랑에 관하여 / 심재휘 절정에 올라 막 쏟아지려는 파도는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저 멀리 눈 먼 등대 앞에서 나는 머리카락 흩날리며 내 앞의 당신을 오늘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 굳은 방에 나를 가두어놓고 그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나요? 지금도 한 눈을 감은 채 나를 찍고 있나요? 심재휘 시인 1963년 강릉 출생 고려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국문학 박사 1997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그늘』 『중국인 맹인 안마사』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시론집 『한국현대시와 시간』 수상 김종철 문학상(2019년 제1회) 현대시 동인상, 발견문학상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

첫사랑♡詩 202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