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雨좋은시 37

비오는 날 창가에 기대어 / 이채

비오는 날 창가에 기대어 / 이채 비오는 날 창을 열고 쓸쓸한 마음 기대고 섰으면 창밖의 나뭇잎 끝에 동그랗게 매달린 빗방울 하나 만납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부서질듯 온몸을 지탱하고 매달린 빗방울 어쩌면 나를 닮았는지 잠시 그 모습 애처로워 한참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잎새의 아픔처럼 매달린 빗방울의 처연함 부서지면 종말을 고할 빗물의 알갱이가 젖은 파편이 되어 알알이 가슴에 부딪힙니다 비오는 날 창을 열고 젖은 그리움 기대고 섰으면 창밖의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추억 방울 방울 그리움으로 맺혀 빗물로 흐릅니다 간격도 없이 다가서는 그대 향한 그리움 더 그리움 흐린 추억속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빗물에 젖은 그리움이 창을 타고 내립니다

비雨좋은시 2019.06.09

창밖에 꽃비가 내리네 / 이채

창밖에 꽃비가 내리네 - 이채 1 꽃비 올 때마다 철부지로 돌아가네 무지개로 색칠한 가방을 메고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 꽃 꺾어 집으로 오던 길 저만치 엄마의 초록빛 우산이 보이네 꽃비 올 때마다 철이 들어가네 나무의 키가 크듯 생각의 키가 크고 나도 이만큼 크고 꽃가슴 엄마는 자꾸만 늙어 가네 2 친구야 나보다 키가 커서 멀리 보는 친구야 이해의 손으로 미움을 쓰다듬던 흰 구름처럼 손이 참 고운 친구야 산으로 들로 촉촉이 나를 적시며 너는 꽃비로 내리는 그리움이란다 한동안 만날 수 없어도 우정의 옹달샘에선 물소리가 들리지 옛 동산에 피어나는 웃음꽃 한 다발 생각나니? 풀 먹인 하얀 칼라 푸른 교정 그리고 그늘의 벤치와 소녀들 그날의 그 시간으로 오늘은 널 닮은 꽃비가 내린단다 3 하늘빛 우산을 쓰고 비..

비雨좋은시 2019.05.18

비오는 날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 이채

비오는 날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 이채 비오는 날엔 그토록 말이 없던 이성도 젖어 실오라기처럼 풀려진 감성이 빗물처럼 하염없이 젖어 내린다 비를 타고 내리는 소각되지 않는 외로움에 젖은 눈으로 바라본 유리창밖 나를 닮은 쓸쓸한 나뭇잎 하나 만나면 어느새 안개속 환각에 빠져 비오는 날엔 아무 준비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석류알처럼 알알이 박힌 추억들이 저마다 그리움이라고 외로움이라고 비오는 거리에 쏟아져 내리고 색 바랜 기억 속으로 회색빛 안개 속으로 어디쯤 숨었던 희미한 연정이 무념무상으로 흩어지면 비오는 날엔 그리움으로 외로움으로 어디론가 혼자 떠나고 싶다 어디로 가야할지 나도 비도 알지 못하더라도

비雨좋은시 2019.04.28

겨울비 내리던 날 / 용혜원

겨울비 내리던 날 / 용혜원 우산 속에서 우리는 때 아닌 겨울비로 정겹다 어둠이 내린 겨울밤에 쏟아지는 비는 검은 색이다 한없이 걷고만 싶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비 내리는 겨울밤 그대만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 분홍빛이다 그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우리의 사랑도 내리는 겨울비에 촉촉이 젖어든다

비雨좋은시 2019.02.19

가을비와 커피 한 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와 커피 한 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리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 잔이 비처럼 추억처럼 가슴 밑동까지 파고듭니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면 커피 한 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 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 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비雨좋은시 2018.09.30

비 오는 날(The Rain Day) / 롱펠로우

The Rain Day / H. W. Longfellow(1807~1882) The day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ains, and the wind is never weary; The vine still clings to the mouldering wall, But at every gust the dead leaves fall, And the day is dark and dreary. 이렇게 비 오는 날엔 춥고 어둡고 쓸쓸한데 바람마저 쉼 없이 불고 그칠 줄 모르네 무너져가는 담장에 여태 매달려 있는 덩굴은 그 바람 세차게 불 때마다 마른 잎새 떨구네 이젠 날은 어두워지고 쓸쓸해져 가는데 My life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

비雨좋은시 2018.09.07

비 / 홍수희

비 / 홍수희 눈을 감은 채 비가 내린다 말이 없는 채 비가 내린다 소리 없는 채 비가 내린다 당신의 어둠 그리고 나의 어둠 그 까마득한 혼돈의 끝자락에서 질서도 없이 대책도 없이 비인 찻잔 위에는 혼자서 덩그라니 나동그라진 그대와 그대의 서글픈 자유 고딕으로 멈춰버린 탁자 위에는 쇠빛으로 싸늘히 시들어 있는 당신과 당신의 버려진 인내 비 같은 머리카락, 머리카락 같은 비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아아, 그대의 하이얀 순결 아직, 너의 이름자조차 채 지워지지 않은 낙서 많은 유리창 저 너머에서 눈을 감은 채 비가 내린다 보이지 않는 듯 비가 내린다

비雨좋은시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