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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이상훈

첫사랑 / 이상훈 그대 알아보고 처음 그대를 만나던 날 그 만남이 첫 만남이었고 그 첫 만남이 곧 첫 사랑이었습니다 어디 꽃 피고 잎 지는 날이 올해 한 해 한 철뿐일까요 내년 이맘때쯤이면 어디 꽃 피고 잎 지는 날이 또 오겠지요 그대를 멀리 떠나 보내고 힘겹게 돌아서는 발걸음 만큼 내 마음도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날이 또 오겠지요 그대와 못 다한 사랑을 나누는 날이 언젠가 또 오겠지요 1960년 전북 익산 출생 원광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이 시는 세 번째 시집 『미인도』에 실려 있습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르완다, 우간다, 케냐,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구호와 개발 사업에 헌신해오고 있다 르완다 개신교대학(PIASS) 개발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

첫사랑♡詩 2020.10.07

가을의 시 / 김옥림

가을의 시 / 김옥림 가을엔 단풍에 고이 적어 보낸 어느 이름 모를 산골 소녀의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가을엔 눈 맑은 새가 되어 뒷동산 오솔길 풀잎 위의 아침 이슬 머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햇푸른 사랑의 노래이고 싶다 가을엔 눈빛 따스한 햇살이 되어 시월 들판을 풍요롭게 하는 대자연의 너그러운 숨결이고 싶다 가을엔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용서하고 모두와 화해하고 잊혀져간 소중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해맑은 기도를 드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간절한 열망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가을엔 나보다 더 외로운 이들에게 따스한 가슴으로 다가가 그들의 야윈 손을 잡아주고 싶다 가을은 겸손과 감사의 계절 가을은 풍요와 사랑의 계절 가을엔 그 모두에게 읽혀지고 기억되어지는 사랑의 시가 되고 싶다 이 시는 독자들..

詩音律庭園 2020.10.06

그대와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 한명희

그대와 차 한 잔 마실수 있다면 / 한명희 가을 향기 스미어 오는 아침 커피 향기 가득 맡으며 그대 생각합니다 그대가 생각날 땐 나도 모르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습관이 있지만 오늘은 더욱더 커피 생각이 간절하게 다가오네요 그대와 마주보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싸늘히 비워 내는 찻잔 위엔 쓸쓸하기만 합니다 그대 그래도 한 사람만을 위한 꿈꾸어 왔던 사간들이 있기에 쓸쓸해도 참으렵니다 언젠가는 그대와 마주앉아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茶香詩카페 2020.09.29

가을밤 / 조용미

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1962년 경북 고령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 1990년 한길문학에등 발표 등단 시집 산문집 수상 2005년 제16회 김달진문학상 2020년 제20회 고산문학대상

詩音律庭園 2020.09.28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 이해인 구절초 미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름이 그리운 얼굴이 봄여름 해매던 연서들이 가난한 가슴에 닿아 열매로 익어갈 때 몇몇은 하마 낙엽이 되었으리라 온 종일 망설이던 수화기를 들면 긴 신호음으로 달려온 그대를 보내듯 끊었던 애잔함 뒹구는 낙엽이여 아, 가슴의 현이란 현 모두 열어 귀뚜라미 선율로 울어도 좋을 가을이 진정 아름다운 건 눈물 가득 고여오는 그대가 있기 때문이리

詩音律庭園 202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