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밤 / 조용미

음악듣는남자 2020. 9. 28. 23:20



 
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1962년 경북 고령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 1990년 한길문학에<청어는 가시가 많아>등 발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산문집 <섬에서 보낸 백 년> 수상 2005년 제16회 김달진문학상 2020년 제20회 고산문학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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