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28,29,30 / 이해인 28. 가을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가을에 온 당신이 나를 떠날까 두렵습니다 가을엔 아픔도 아름다운 것. 근심으로 얼굴이 핼쓱해져도 당신 앞엔 늘 행복합니다 걸을 수 있는데도 업혀가길 원했던 나 아이처럼 철없는 나의 행동을 오히려 어여삐 여기시던 당신 한 켤레의 고독을 신고 정갈한 마음으로 들길을 걷게 하여 주십시요 29. 잃은 단어 하나를 찾아 헤매다 병이 나 버리는 나의 마음을 창밖의 귀뚜라미는 알아줍니다 사람들이 싫어서는 아닌데도 조그만 벌레 한 마리에서 더 큰 위로를 받을 때도 있음을 당신은 아십니다 30. 여기 제가 왔습니다 언제나 사랑의 園丁(원정)인 당신 당신이 익히신 저 눈부신 열매들을 어서 먹게 해 주십시오 가을 하늘처럼 높고 깊은 당신 사랑의 秘法(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