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 편지 22,23,24 / 이해인

음악듣는남자 2022. 9. 29. 08:21




 
가을 편지 22,23,24  / 이해인
22.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섬은 변함이 없고
내 마음 위에 우뚝 솟은 사랑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은 밝은 귀, 귀가 밝아서 내가 하는 말
죄다 엿듣고 있습니다
사랑은 밝은 눈, 눈이 밝아서 내 속마음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읽어 냅니다
사람은 늙어가도 늙지 않는 사랑
세월은 떠나가도 갈 줄 모르는 사랑
나는 그를 절대로 숨길 수가 없습니다
 

23. 잊혀진 언어들이 어둠 속에 깨어나 손 흔들며 옵니다 국화빛 새 옷 입고 석류알 웃음 물고 가까이 옵니다 그들과 함께 나는 밤새 화려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찔레 열매를 닮은 기쁨들이 가슴 속에 매달립니다 풀벌레가 쏟아버린 가을 울음도 오늘은 쓸쓸할 틈이 없습니다

24. 당신이 축복해 주신 목숨이 왜 이다지 배고픕니까 내게 모든 걸 주셨지만 받을수록 목마릅니다 당신에게 모든 걸 드렸지만 드릴수록 허전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끝이 나겠습니까

사용한 이미지들은 가을의 오륙도와 황옥공주의 전설이 깃든 동백섬의 인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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