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 편지 28,29,30 / 이해인

음악듣는남자 2022. 9. 30. 09:59




 
가을 편지 28,29,30  / 이해인
28.
가을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가을에 온 당신이 나를 떠날까 두렵습니다
가을엔 아픔도 아름다운 것.
근심으로 얼굴이 핼쓱해져도 당신 앞엔 늘 행복합니다
걸을 수 있는데도 업혀가길 원했던 나
아이처럼 철없는 나의 행동을 오히려 어여삐 여기시던 당신
한 켤레의 고독을 신고 정갈한 마음으로 들길을
걷게 하여 주십시요
 

29. 잃은 단어 하나를 찾아 헤매다 병이 나 버리는 나의 마음을 창밖의 귀뚜라미는 알아줍니다 사람들이 싫어서는 아닌데도 조그만 벌레 한 마리에서 더 큰 위로를 받을 때도 있음을 당신은 아십니다

30. 여기 제가 왔습니다 언제나 사랑의 園丁(원정)인 당신 당신이 익히신 저 눈부신 열매들을 어서 먹게 해 주십시오 가을 하늘처럼 높고 깊은 당신 사랑의 秘法(비법)을 들려주십시오 당신을 부르는 내 마음이 이 가을엔 좀더 겸허하게 하십시오





 
오늘로써 이해인 시인의 《가을 편지》 소개를 마칩니다
제가 올린 《가을 편지》는 제1시집 『민들레 영토』(1976년)와
제2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1979년)에 이어
1983년에 발표한 제3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의
14 페이지에서 23 페이지까지 실려 있는 30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시집은 1989년 5월 10일 36판입니다
36판의 원문에 충실하게 옮겼지만
제가 옮기는 과정에 임의로 행을 구분하였기에
원문에는 있는 마침표와 쉼표는 가능한 제거하였고
한자는 괄호 안에 한글을 덧붙였으며
 『~읍니다』는  『~습니다』로 바꾸어 표기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
 DAUM에서 9월 30일부로 블로그 서비스는 중단하기에
오늘의 이 글이 블로그에 게시하는 마지막 글입니다
2008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하여 저를 위한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제 취향의 글과 음악을 감상하러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는데
그동안 이런 공간을 마련해준 DAUM과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티스토리는 비공개로 몇 번 연습 삼아 글을 올려보았지만
제가 서툴러서인지 제 취향의 이미지와 음악, 특히 음악을 올리기가 쉽질 않아 
당분간 블로그(티스토리) 활동은 접습니다
대신에, 제 개인적인 1인 카페를 DAUM에서 9월 22일부터 공개 운영합니다
카페명과 아이디는 이곳 블로그와 같습니다
이곳 블로그의 모든 게시물은 8월 3일부터 카페로 모두 옮겨 놓았습니다
이 카페는 개인 블로그처럼 운영하기에
굳이 카페에 가입하지 않으셔도 모든 게시물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입/등업신청방. 한줄/출석인사방, 채팅방 등 통상적인 카테고리는 없으며
만약 회원가입하시면 별도의 절차 없이 곧바로 정회원이 됩니다
모든 분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 윤슬 성두석 =


《가을 편지》를 감상하는 데에 도움을 보태기 위하여 이 시집에 같이 수록된 4편의 시를 소개합니다 36판 70 ~ 73 페이지와 92~93 페이지에 있는 4편입니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36판 pp. 70 - 71) 손 시린 裸木(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누군가 내 안에서 / 이해인 (36판 p. 72) 누군가 내 안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겨울나무처럼 쓸쓸하고 정직한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목 쉰 채로 나를 부르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해 하늘만 보는 막막함이여 내가 그를 외롭게 한 것일까 그가 나를 아프게 한 것일까 겸허한 그 사람은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고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막막함이여

봄 편지 / 이해인 (36판 p. 73)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바람의 詩 / 이해인 (36판 pp. 92 - 93) 바람이 부네 내 魂(혼)에 불을 놓으며 바람이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더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음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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