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 편지 25,26,27 / 이해인

음악듣는남자 2022. 9. 29. 21:53




 
가을 편지 25,26,27  / 이해인
25. 
당신과의 거리를 다시 확인하는 아침 미사에서
나팔꽃으로 피워 올리는 나의 기도
「나의 사랑이 티 없이 단순하게 하십시요
풀숲에 앉은 민들레 한 송이처럼 숨어 피게 하십시오」
 

26. 오늘은 모짜르트 곡을 들으며 잠들고 싶습니다 몰래 숨어들어 온 감기 기운 같은 영원에의 그리움을 휘감고 쓸쓸함조차 실컷 맛들이고 싶습니다 당신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대를 걸었던 나의 어리석음도 뉘우치면서 당신 안에 평온히 쉬고 싶습니다

27. 엄마를 만났다 헤어질 때처럼 눈물이 핑 돌아도 서운하지 않은 가을날 살아 있음이 더욱 고맙고 슬픈 일이 생겨도 그저 은혜로운 가을날 홀로 떠나기 위해 홀로 사는 목숨 또한 아름다운 것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아래의 시를 읽어보면
이해인 시인의 나팔꽃애 대한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나팔꽃 / 이해인
햇살에 눈뜨는 나팔꽃처럼 
나의 생애는 
당신을 향해 열린 
아침입니다 
신선한 뜨락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소망 끝에 
내 안에서 종을 치는 
하나의 큰 이름은 
언제나 당신입니다 
순명(順命)보다 원망을 드린 
부끄러운 세월 앞에 
해를 안고 익은 사랑
때가 되면 
추억도 버리고 떠날
나는 한 송이 나팔꽃입니다
 

2005년 출간한 소설가 박범신의 산문집 「남자들, 쓸쓸하다」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글귀들이 나옵니다 가냘프게 뻗어나가서 이윽고 고요한 날숨으로 앳되게 피어나는 나팔꽃의 꽃말이 ‘그리움’ 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만 그 여린 나팔꽃의 원산지가 히말라야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움이야 말로 히말라야 산맥보다 장대하고 에베레스트보다 높습니다 존재론적 절망과 삶의 포악한 유한성이 우리를 번뇌의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걸 최종적으로 이겨내려면 우리가 나팔꽃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걸 ‘사랑의 습관’이라고 하지 않고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박범신의 윗글에서 알 수 있듯이 나팔꽃의 원산지는 인도입니다 7, 8월 한여름의 뙤약볕에 꽃을 피우는 나팔꽃은 꽃잎이 연약하여 한낮의 열기를 견디기가 어려워 이른 아침 꽃을 활짝 피운 후 한낮에 지기 때문에 「모닝글로리(Morning Glory, 아침의 영광)」라고 불리며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있는 학용품, 사무용품 전문업체 중에 「모닝글로리, Morning Glory」를 회사명으로 쓰는 회사도 있죠 나팔꽃은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 만들어진 일본의 시가집(詩歌集) 「만엽집(萬葉集)」에서 덧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가을의 계절어로 나팔꽃을 자주 사용하여 나팔꽃의 꽃말 중 「덧없는 사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팔꽃의 색상별 꽃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란색은 끈끈한 정, 덧없는 사랑, 짧은 사랑 핑크빛 분홍색은 안락하고 흡족한 기분, 부드러운 기분 보라색은 냉정, 평정, 침착한 사람, 고귀한 사람 흰색은 넘치는 기쁨, 순수한 기쁨, 행복한 마음 붉은색은 덧없는 사랑, 정열적인 사랑

나팔 불어요 (김영일 시, 박태현 곡) 해님이 방긋 웃는 이른 아침에 나팔꽃 아가씨 나팔 불어요 잠꾸러기 그만 자고 일어나라고 나팔꽃이 또또따따 나팔 불어요 나팔꽃 아가씨는 늦잠도 없지 아침마다 일찍 깨어 나팔 불어요 잠꾸러기 어서어서 일어나라고 나팔꽃이 또또따따 나팔 불어요

1절의 첫머리 "해님"을 노래 부를 때나 평소 말할 때 "핸님"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햇님"으로 표기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선생님"과 "손님"이 "선생의 님"과 "손의 님"이 아니듯이 "해님"도 "해의 님"이 아니기 때문에 "해님"으로 표기하는 게 맞습니다 1절은 같은데 2절은 다른 version이 있네요 나팔꽃 아가씨는 졸음도 없지 매일 아침 이맘때면 나팔 불어요 잠꾸러기 어서어서 일어나라고 나팔꽃이 또또따따 나팔 불어요
노래 김치경

Ninna Nanna / Angelo Branduardi
Eine Kleine Nachtmusik / Wolfgang Amadeus Mozart

맨 아래의 영상은 2022년 6월 향년 95세로 작고하신 국민MC 송해 선생님의 「나팔꽃 인생」입니다 = 자료정리 편집 : 윤슬 성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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