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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시 / 조병화

구월의 시 /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고독의 시인 조병화(1921 - 2003) 경기도 안성 출생. 호는 편운(片雲)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졸업, 1943년 연습과 졸업 1945년 동경고등사범학교 3학년 재학 중 일본의 패전으로 귀국 1945년 9월 경성사범학교 교유, 인천중학교 교사, 서울중학교 교사로 재직 1959년부터 경희대 교수, 1981년부터 인하대 교수..

詩音律庭園 2022.09.01

바하의 비 / 최가림

바하의 비 / 최가림 비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하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믈흐믈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에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 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최가림 시인 숙명여대 음악대학 졸업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수료 중앙대 대학원 문창과 전문가 과정 2003년 [월간문학21] 신인상, 2005년..

비雨좋은시 2022.08.31

가을비 / 유열

가을비 / 유열 (박건호 작사, 유영선 작곡, 1987년) 비가 오는데 끝없이 창문을 적시는데 내곁을 떠난 그대는 어디서 무얼하나 그리운 사람아 비가 내리던 어느 가을날 슬피 울며 떠나버린 그대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난 모든 것을 단념하고 돌아섰지만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는 그대를 이토록 못 잊어 빗줄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흐느껴 우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는 그대를 이토록 못잊어 빗줄기를 바라보며 지난 그 시절로 가고 있네 코밑 적시는 하얀 빗줄기 눈물속에 떠오르는 그대 그 달콤했던 속삭임을 들으면서 내 삶의 길은 그 언제나 외로웠어라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는 그대를 이토록 못 잊어 빗줄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흐느껴 우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 사랑은 지울 수..

비雨국내곡 202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