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차영호 첫사랑 / 차영호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나는 늘 열다섯 살 수평선처럼 상큼하게 휜 니 눈썹 끝에 매달려 파랑 멀미를 하는 물잠자리다 차영호 시인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교대 졸업 포항문예아카데미원장 2019년 《우리詩》 작품상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 『애기앉은부채』 『바람과 똥』 『목성에서 말타기』 첫사랑♡詩 2022.09.05
커피믹스 / 한옥순 커피믹스 / 한옥순 시시한 가슴앓이에다 부질없는 사랑을 들어부었습니다 참 진합니다 너무 진한 사랑은 사랑도 아닙니다 가슴속까지 쓰라리게 하지요 진한 커피가 참 뜨겁기도 합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니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데인 상처가 더 오래 남지요 그녀가 눈치 채지 않게 조금 조금씩 흘려버립니다 슬픈 자국은 오래 남기면 안 되니까요 이제 우리, 등 돌려 돌아서 가면 구겨버린 종이컵처럼 뜨겁고 진하던 사랑도 쓰레기통에 처박히겠지요 그녀가 내미는 차가운 손 잡으니 가슴 속 한 귀퉁이에서 툭하고 종이컵 하나가 떨어집니다 아픈 기억에선 진한 커피 향이 납니다 茶香詩카페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