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의 비 / 최가림
비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하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믈흐믈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에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 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하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최가림 시인
숙명여대 음악대학 졸업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수료
중앙대 대학원 문창과 전문가 과정
2003년 [월간문학21] 신인상,
2005년 [월간문학21] 시부문 "비단고동" 우수상
2006년 [월간문학21] 시부분 "강물에 선을긋다" 작품상
2007년 [계간 문학과창작]에 "바하의 비" 발표. 최가림으로 활동재개
2010년 [계간 문학과창작] "연꽃 산책"으로 숲속의시인상 수상
시집 : 아를르의 별밤
한국시인협회회원, 카톨릭문인회회원, 숙명문인회회원, 문학아카데미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