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雨좋은시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음악듣는남자 2020. 3. 9. 23:23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 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







고미경 시인 1964년 충남 보령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시비〉 동인 웹진 <시인 광장>이 선정하는 <2019 올해의 좋은 시 500>에 고미경 시인의 詩는 <블루문 호텔>이 선정 되었고 <2020 올해의 좋은 시 500>에 고미경 시인의 詩는 <하나의 이야기는 수많은 이본(異本)이 되고>가 선정되었습니다 시집으로 <인질> <칸트의 우산>이 있고 이 詩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은 <인질>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편집 : 윤슬 성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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