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 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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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시인
1955년 대구 출생, 계명대학교 졸업
1976년 영남일보 '외로운 식물의 꿈' 등단
1993년 조선일보에 소설 당선
시인, 에세이스트, 소설가
유나방송(음악방송) 대표 , KBS PD
시집(저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엄마 냄새> <연어가 돌아올 때>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실연가> <하늘로 가는 강> <엄마의 나무> <어느 시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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