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요男

잊혀진 계절 / 이용

음악듣는남자 2018. 10. 25. 07:44

잊혀진 계절 /이용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 1982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981년 <국풍81 젊은이의 가요제>에 출전한 이용은 
<바람이려오>로 금상을 타면서 스타로 떠오르는데 
1982년 <잊혀진 계절>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국민 가수로 부상해 
이후 수 년간 조용필에 필적하는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잊혀진 계절>은 1982년 KBS <가요 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로 골드컵 수상하고, 당시 최고 권위의 연말 시상식이었던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도 1982년 대상을 수상합니다

1982년의 대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인 조용필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조용필은 1980년부터 1986년까지 대상을 독식했는데 1982년 한 해만 이용에게 대상을 내줍니다 1984년에는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어 주연으로 이용이 직접 출연했습니다

시인이며 작사가인 박건호는 어느 해 9월 비가 내리는 저녁에 "정아씨!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한 여성과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대답이 두려워서 대답도 듣지 않은 체 사라진 이 남자는 훗날 그 날의 느낌을 노랫말로 만들어 작곡가 이범희에게 주었습니다 박건호는 자기 곁에서 신인 가수들 레슨을 도와왔던 장재현이라는 신인 가수의 곡으로 만들었으나 박건호의 갑작스런 신장병 입원 치료로 음반 발표가 미루어지는 사이, 이용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던 작곡가 이범희가 콤비를 이루어 일하던 박건호의 한달간의 입원에도 문병 한 번 안간 상태에서 이용의 앨범에 넣을 곡이 모자라 박건호와 상의없이 장재현의 <잊혀진 계절>, <서울>과 타이틀 곡 <멀어진 사람>까지 이용에게 주게 됩니다 이범희는 자기가 게을러서 새로운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이 일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박건호는 한동안 이범희와 결별하게 됩니다 이범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조용필의 <들꽃>, 최백호의 <고독>,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혜은이의 <독백>, 윤시내의 <공부합시다>, 임병수의 <약속>,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 등 인기 절정의 대중가요들을 쏟아내며 1980년대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고 있으며 정식 발표로 세상에 알려진 노래만 600여 곡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범희
원래 곡명은 <9월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음반 발매 시기가 늦추어져 <10월의 마지믹 밤>으로 바뀌게 됩니다 작사가 박건호의 춥고 배고팠던 젊은 시절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노랫말 "이룰 수 없는 꿈"에 나타나는 현실의 장벽 등의 표현이 <10월의 마지막 밤>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이라는 노랫말은 원래는 "씁쓸했던 표정이"라고 합니다 바로 뒤에 나오는 "그대의 진실인가요"라는 노랫말과 딱 맞아떨어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쓸쓸했던"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박건호
박건호는 1949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고 1969년 미당 서정주의 서문이 실린 시집 [영원의 디딤돌]을 펴냈으며 1972년 박인희의 <모닥불>의 가사를 쓰면서 작사가로 데뷔합니다 박건호는 시인이자 당대 최고의 작사가였습니다 박인희의 <모닥불>, 이수미의 <내 곁에 있어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나미의 <빙글빙글>과 <슬픈 인연>, 최진희의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모나리자> 등 무려 3000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대중가요가 이만큼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는 것도 그의 공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노랫말이 저속하지 않으면서 시적인 요소가 다분하고 대중가요의 특성인 친근감도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 편집 : 윤슬 성두석 ***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검색하다가 경북교육청 정책과 장학관 이승진님이 경북일보 문화칼럼에 기고하신 글이 와닿아 그 분의 글을 아래와 같이 올립니다

잊혀진 계절은 잊혀지지 않는 계절이라 억울합니다 그대, 지금도(?)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제목으로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10월의 마지막 밤'은 절기상으로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땅 속에 숨는다는 상강의 뒷부분이며 상강과 입동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과일과 곡식들의 추수를 마무리 하고 나무와 나뭇잎 역시 한 해를 정리하며 고운 빛으로 가을의 깊은 맛을 우러나게 하는 시기입니다 잊혀질 수 없는 계절이지요. 우리가 불렀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시월의 마지막 밤을 기념일로 만든 노래입니다

1982년 이용 1집 '잊혀진 계절'에 실린 노래로 각종 가요 차트 1위를 기록하였고 최고 인기 가요상, 최고 인기 가수상, 가요대상(본상)을 수상했던 기록의 노래입니다 원주 출신 작사가 박건호님은 감성을 자극하는 많은 노래를 작사하였으며 가수 이용과 노래 '잊혀진 계절'을 10월의 전설을 만든 분입니다
시인 / 작사가 박건호 (1949 - 2007)
애잔하고 맑은 피아노 전주가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게 하면 우리는 스르르 우리의 잊혀진 계절이 기다리는 시간과 장소에 도착합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이용이 시월의 주문을 시작하면 먼 강의 갈댓잎이 흔들리고 천천히 낙엽이 떨어집니다 <중략> 그대는 그 날, 쓸쓸한 표정으로 뜻 모를 이야기만 했었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이었지요. 늘 그랬듯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황망하게 헤어졌는데 해마다 시월은 돌아오고 저는 또 그대가 돌아오는 꿈을 꿉니다 <중략> 우리의 마음은 연약합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나 드라마에 우리의 삶과 감정을 대입시키며 살아갑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챙기는 사람의 감정에는 모두 시월의 아름다운 상처가 남아 있고 그 상처가 꽃이 되는 성숙 혹은 숙성의 세월이 있어 주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해인
올해도 그냥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운 라디오와 TV는 난리법석을 피울 것입니다 다 덧나기 쉬운 상처 때문이지요. 시월의 상처 덕분이지요. 가을의 한복판, 10월이 저무는 상강 입동 무렵에는 돌아올지도 모르는 그대를 기다리는 노래가 우~우~우~ 불리어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추억을 넣어두는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방'이 하나씩 있습니다

잊히어지지 않을 '잊혀진 계절'이 우우우 낙엽으로 쏟아지면 시월의 남자 이용은 이 노래의 마지막 결론을 이렇게 내릴 것입니다. '나를♬~ 울려요♩♪♬~.' *** 발췌 및 편집 : 윤슬 성두석 (출처 :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17일) *** (http://www.kbsm.net/default/index_view_page.php?idx=220353)
이용
Saxophone
Trump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