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자작시

사랑아, 그리하여, 너는 울지 마라 / 윤슬성두석

음악듣는남자 2009. 9. 13. 00:30
 
사랑아, 그리하여, 너는 울지 마라
- 윤슬성두석(2006.3.23) -
바람도 때로는 떠나가는 거란다
때로는 그 미련이 폭우를 불러들여
꽃봉오리를 꺾게 됨을 알기 때문이란다
또한 때로는 제풀에 겨워 드센 바람 되어
뿌리 채 뽑아버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란다
사랑도 때로는 떠나야 할 때가 있는 거란다
다시 날 수 있는 날개를 주기 위함이란다
다시 밝은 곳으로 나가게 해주기 위함이란다
바람은 떠남으로써 바람이 바람으로 이어져
어느 느티나무가지에서 산들 바람이 되듯이
이제서야 떠나야 할 사랑도 떠나가므로써
별리의 아픔마저도 사랑으로 이어져
영원히 주는 사랑이 되는 거란다
나무는 결코 울지 않았단다
밤새 웅웅거리던 건 바람의 소리란다
때로는 늦가을나무처럼 흔들릴 때에도
그리하여, 너는 울지 마라
네 울음마저 돌아서는 내 가슴에 잉잉 담고 
이젠 가야만 할 그 길로 성실하게 가리라
그리하여, 너는 잊으라
한때 기쁨이었던 책갈피 속의 네잎 클로버가
이젠 불임해야할 영원한 과거가 되어야하듯이
은하의 강을 스치어 천둥번개도 오지 않고
빗방울 하나 찾지 않는 우주의 끝 양지바른
골짜기에 다다라 내 다시는 젖지 않을 바람의 
화석으로 바래어져 되돌아 불어갈 수 없는 
네가 꿈꾸지 않아도 될 영원한 미래가 되리라
내 비록 아카시아 화원의 벤치에 오래도록 앉아
아카시아 잎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웃다가
우리들 시선이 함께 머물던 그 여름날 저녁의 
오렌지 빛으로 노을져가던 영도 앞바다 바라보며
속절없이 젖은 미소로 오래오래 멈칫거릴지라도
사랑아, 바라건데, 그리하여, 너는 울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