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자작시

사랑했던 날의 전설 / 윤슬성두석

음악듣는남자 2008. 5. 13. 01:14
  
사랑했던 날의 전설 / 윤슬성두석 (06년 3월 20일) 우리가 천지 창조하던 그 때 에덴의 하늘을 가장 먼저 수놓은 건 아마도 갓 피어난 능금꽃이었을게야 당신의 성실한 눈길로 사랑해, 라고 말하던 그 순간 끝없이 펼쳐지는 아이보리빛 하늘에 수천수만의 진분홍 꽃망울들이 꽈리열매처럼 펑펑 터졌지 우리가 천지 창조하던 그 때 에덴의 바다에 가장 먼저 생겨난 건 아마도 풋가지 친 아가미였을 게야 당신의 진득한 가슴을 꼭 안아 주던 그 순간 숨 막히도록 젖어드는 땀구멍마다 수천수만의 선홍빛 아가미들이 갈매기 깃털처럼 너울거렸지 우리가 천지 창조하던 그 때 에덴의 땅에서 가장 먼저 날아오른 건 아마도 막 우화한 나비들이었을 게야 당신의 의뭉한 입술에 입맞춤하던 그 순간 터져버린 숨구멍마다에서 쏟아져 나온 수천수만의 노랑나비 호랑나비들이 정수리로 날아올라 노을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