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희 5

9월 / 홍수희

9월 / 홍수희 소국(小菊)을 안고 집으로 오네 꽃잎마다 숨어 있는 가을, 샛노란 그 입술에 얼굴 묻으면 담쟁이덩굴 옆에 서 계시던 하느님 그분의 옷자락도 보일 듯 하네 시인 홍수희 1995년 문예지 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015년 12회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카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 달력 속의 노을(1997년)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년)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년)

詩音律庭園 2019.08.31

사랑이 두려운 아들에게 / 홍수희

사랑이 두려운 아들에게 / 홍수희 처음부터 사랑은 완벽이 아니었단다 처음부터 사랑은 완전이 아니었단다 부족함을 극복하는 과정이 사랑이란다 부족함을 극복하는 여정旅程이 성숙이란다 이 빠진 동그라미처럼 불완전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불완전한 조각으로 서로의 불완전한 동그라미를 메워주는 누덕누덕 누더기 같은 인생의 수레바퀴가 사랑이란다 기억해라, 아들아 사랑은 완벽이 아니라 극복이란다

詩音律庭園 2019.04.27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차 한 잔을 위하여 / 홍수희 나는 너를 위하여 내 하루의 작은 시간을 떼어놓겠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비밀한 오두막을 지어 놓겠다 나의 하루가 비록 나를 내다놓은 삶이라 해도 때로는 거짓 웃음과 억지의 쳇바퀴를 구르는 삶이라 해도 원피스가 먼저 세수를 하고 거울이 나를 치어다보며 권태가 지하철을 탄다 하여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하나의 눈을 위하여 노을이 지면 찻물을 끓여야겠다 이제 마주앉을 너를 위하여 차를 마시는 시간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거기에는 철학도 없다 거기에는 편견도 없다 거기에는 너의 느낌뿐이다 시인 홍수희 1995년 문예지 에서 신인상 수상 등단 제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 2015년 12회 부산가톨릭문학상 수상 카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

茶香詩카페 2019.04.26

비 / 홍수희

비 / 홍수희 눈을 감은 채 비가 내린다 말이 없는 채 비가 내린다 소리 없는 채 비가 내린다 당신의 어둠 그리고 나의 어둠 그 까마득한 혼돈의 끝자락에서 질서도 없이 대책도 없이 비인 찻잔 위에는 혼자서 덩그라니 나동그라진 그대와 그대의 서글픈 자유 고딕으로 멈춰버린 탁자 위에는 쇠빛으로 싸늘히 시들어 있는 당신과 당신의 버려진 인내 비 같은 머리카락, 머리카락 같은 비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아아, 그대의 하이얀 순결 아직, 너의 이름자조차 채 지워지지 않은 낙서 많은 유리창 저 너머에서 눈을 감은 채 비가 내린다 보이지 않는 듯 비가 내린다

비雨좋은시 201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