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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에게 / 나해철

그리운 이에게 / 나해철 사랑한다고 말할 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박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 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세상의 덤불가시에 살갗을 찔리면서라도 내 잊지 못한다는 한 마디 들려줄 걸 혹여 되돌아오는 등 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고 가슴을 후비었을지라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사랑이 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 걸 그리운 사람에게

詩音律庭園 2008.06.09

커피향 같은 사랑 / 남낙현

커피향 같은 사랑 / 남낙현 습관처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그렇게 그대를 그리워하렵니다 커피향처럼 은은한 그대 그리움을 음미하면서 그렇게 커피를 마시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 버린 쓸쓸함이 그리움처럼 뒤에 남지만 늘 새롭게 마실 커피를 위해 빈잔을 깨끗이 닦아 놓지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그대가 내 마음속에 빈 잔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길 마냥 기다리렵니다 그대 그리움이 목마름같은 갈증으로 남아 한밤중에도 일어나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커피향을 마시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우리 사랑이 진한 커피향처럼 뜨겁게 지펴지길 기대합니다

茶香詩카페 2008.06.08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 고재종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고재종 비 오고 활짝 개인 날인데도 오늘은 우체부조차 오지 않는 이 쓸쓸한 자리보전, 떨치고 뒷산 숲 속에 드니 일렁이는 게 생생한 바람인지 제 금보석을 마구 뿌리는 햇살인지 온갖 젖은 초록과 상관하는 것인데 은사시, 자작나무는 차르르 차르르 개느삼, 수수꽃다리는 흐느적흐느적 왕머루, 청미래덩굴은 치렁치렁 일렁이는 것이 당연할 뿐, 여기서 제 모자란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랑이여, 나 저절로 일렁이네 오월 숲에선 뻐꾸기 한나절 호곡도 가슴 깊숙이 녹아내릴 뿐 세상은 너무 억울하지도 않네 그렇다네, 세월이 잠깐 비껴난 숲에서 일렁이는 것들이 진저리치다 산 꿩의 썽썽한 목청을 틔울 때 사랑이여, 난 이 지상의 외로움 조팝꽃 그 쌀알수만큼은 녹이겠네 아니아니 또르르륵 또르..

詩音律庭園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