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 편지 13,14,15 / 이해인

음악듣는남자 2022. 9. 28. 08:10




 
가을 편지 13,14,15  / 이해인
13.
바람이 붑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내 고뇌의 분량만큼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게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4. 숲 속에 앉아 해를 받고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기도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이승에 뿌리내린 삶의 나무에서 지는 잎처럼 하나씩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 때 아무도 그의 혼이 태우는 마지막 기도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지는 잎처럼 그의 삶이 또한 잊혀져 갈 것을 '당연한 슬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15. 은행잎이 지고 있어요. 노란 꽃비처럼, 나비처럼 춤을 추는 무도회 이 순간을 마지막인 듯이 당신을 사랑한 나의 언어처럼 쏟아지는 빗소리 마지막으로 아껴 두었던 이별의 인사처럼 지금은 잎이 지고 있어요 그토록 눈부시던 당신과 나의 황금빛 추억들이 울면서 웃으면서 떨어지고 있어요 아프도록 찬란했던 당신과 나의 시간들이 또다시 사랑으로 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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