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가을 편지 7, 8, 9 / 이해인

음악듣는남자 2022. 9. 26. 22:01




 
가을 편지 7, 8, 9  / 이해인
7.
길을 가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주웠습니다
크나큰 축복의 가을을 조그만 크기로 접어 당신께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 앞엔 늘 작은 모습으로 머무는 나를 그래도 어여삐 여기시는 당신
 

8. 빛바랜 시집, 책갈피에 숨어 있던 20년 전의 단풍잎에도 내가 살아 온 가을이 빛나고 있습니다 친구의 글씨가 추억으로 찍혀있는 한 장의 단풍잎에서 붉은 피 흐르는 당신의 손을 봅니다 파열된 심장처럼 아프디아픈 그 사랑을 내가 읽습니다

9. 당신을 기억할 때마다 내 마음은 불붙는 단풍숲, 누구도 끌 수 없는 불의 숲입니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내 마음은 열리는 가을 하늘, 그 누구도 닫지 못하는 푸른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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