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10, 11, 12 / 이해인
10.
하찮은 일에도 왠지 가슴이 뛰는 가을,
나는 당신 앞에 늘 소심증 환자입니다
내 모든 잘못을 고백하고 나서도 죄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고,
내 모든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도 사랑은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
이것이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초조합니다
11.
뜰에는 한 잎 두 잎 낙엽이 쌓이고
내 마음엔 한 잎 두 잎 詩가 쌓입니다
가을이 내민 단풍빛의 편지지에 타서 익은 말들을 적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읽으시는 고요한 저녁,
내 영혼의 촉수 높여 빈방을 밝힙니다
12.
나무가 미련 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 한
日常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 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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