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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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19713 - 1975)
전남 광주
숭실대학교
한국 시단의 지성을 대표하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맑고 밝고 뚜렷한 이미지들을 통해 정신의 명징성과 함께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높은 종교적 윤리성을 추구하였고
1968년 깊고 진지한 윤리적 실존의 자세를 끌어낸 시집『견고한 고독』의 시인
1934년 양주동 박사 추천으로 장시〈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를 동아일보에 발표하며 등단
1934년 동아일보에 암울한 일제시대 속에서도 민족의 희망을 노래한
<새벽〉·〈새벽은 당신을 부르고 있읍니다〉 등을 발표했고
1936년 숭실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1937년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투옥되기도 했다
1950년대에는 기독교적인 구원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전쟁 뒤에 오는 허무·상실을 노래했다
1955년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시인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1957년 첫 시집 〈김현승시초(詩抄)〉를 발표했다
1963년 발표한 두번째 시집 〈옹호자의 노래>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종교적인 사색을 노래했는데
잘 알려진 〈가을의 기도〉 등 가을 연작시와
신적(神的) 세계질서에 대한 열망과 자유를 노래한 〈지상의 시〉등을 실었다
1968년 발표한 세번째 시집〈견고한 고독〉에서는
신의 불가지성(不可知性) · 무한성 · 영원성에 대비되는
인간의 근원적 허무의 자각에서 비롯된 고독의 발견을 노래한다
1970년 발표한 네번째 시집〈절대고독〉에서는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개별화된 현대인의 삶의 고독감을 노래했다
1974년 〈김현승 시전집〉을 펴냈다
김현승 시인은 다형(茶兄)이라는 호에 걸맞게 커피를 좋아하여
종종 이른 새벽 서울역 다방에 혼자 앉아 있곤 했다
이러한 고독한 삶의 모습은 그의 시의 본질을 이룬다
김현승의 시는 언제나 고즈넉한 시간에 홀로 나를 찾기 위한
고독한 수도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1975년 김현승은 숭실대학교 채플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눈을 감고
머리 숙여 기도하던 중 고혈압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평생 고독을 노래했던 그의 시에 알맞은 마침표라 할 수 있다
유고작으로 〈마지막 지상에서〉(1975), 〈고독과 시〉(197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84)가 있다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 해설〉(1972)·〈세계문예사조사〉(1974) 이 있다
*** 출처 : <다음백과>,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3>, <해법문학 현대시 고등> ***
*** 편집 및 요약 : 윤슬 성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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