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 정숙자
우리가 오늘
뜨거운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해야 하리라
희망이 유산되어
그로 인한 슬픔이
마음과 정신을 적실지라도
우리에게는
시간과 사랑이 남아 있으므로
새지 않는 집과
굶지 않을 양식
살을 감추어 줄 몇 벌의 옷과
건강한 몸
게다가 영혼이 건재하므로
이만큼을 소유하고도 부족하다면
우리는 분명
사치를 꿈꾸는 게지
어떤 이는 이 시간에도
끼니를 위해
불구의 몸 엎드려
노래를 팔고 있을텐데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모두 이룰 수 없다는 것쯤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최소의 상황에서도
최대의 것을 발견해야 하리라
아, 이렇게도 뜨거운 커피
그리고 밖에는 빛나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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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시인
1952년 전북 김제시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철학교육학과
1988년 문학정신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뿌리 깊은 달』 『열매보다 강한 잎』
『정읍사의 달밤처럼』 『감성채집기』 『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
『이 화려한 침묵』 『그리워서』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산문집
『행복음자리표』 『밝은음자리표』
1987년 제1회 황진이문학상
2018년 제9회 질마재문학상
2019년 제32회 동국문학상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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