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진은영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아래의 사진은 스리랑카의 바다에서
대왕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물줄기를 여러 개 내뿜는 순간 생겨난
아름다운 하트 모양의 무지개로 2018년에 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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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시인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이화여대 대학원 철학박사
2016년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재직 중
2000년 『문학과사회』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으로 등단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수상
대산문학상 시부문
천상병 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시인부문
김달진문학상 젊은 시인상
*** 편집 : 윤슬 성두석 ***
잠시 시간이 있는 김에, 사족으로, 제 개인적인 느낌을 펼쳐 놓아 본다면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 실려있는
이 詩 <첫사랑>은
신체적 특징의 변화를 이제 막 체감하기 시작할 즈음의 소녀에게
뜻밖의 남자다움으로 느닷없이 다가 온 그 소년으로 인해서 어느 날 갑자기 맞이하게 되는
처음 경혐하는 고동치는 떨림, 요동치는 설렘, 가슴 벅찬 기쁨,
비로소 성 정체성을 변별하게 되는 첫 순간의 오묘하고도 수줍은 느낌,
그 첫사랑이 펼쳐나갈 미래에 대한 가슴 부푼 기대감 등
일순간에 한꺼번에 몰아치는 이 모든 복합적인 해맑은 감성들의 범벅을
팔딱이는 물고기라는 심플한 이미지를 통하여
밝고 싱그럽게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숨 막히는 현재의 구체적인 달뜬 상태와
둘이서 함께 헤엄쳐 갈 저 푸른 수평선 너머의 미래의 모습은 말하지 않습니다
딱 이 순간, 이 느낌 이대로, 이 이미지 이대로, 딱 4행 여기까지만입니다
그 상태와 모습들은 사람들마다 다 달랐거나 또는 다를 것이기에
각자에게 맡깁니다
*** 윤슬 성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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