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가곡

산노을 - 유경환 시, 박판길 곡 / 테너 신영조

음악듣는남자 2019. 10. 17. 18:56



 
산노을 / 테너 신영조
(유경환 시, 박판길 곡)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 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오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며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 산울림이 그 모습 더듬네 다가서던 그리움 바람 되어 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작곡가 박판길(1929 ~ 1998)

1972년 <산노을>을 작곡한 박판길 작곡가에 따르면 "그 전까지는 기악곡 위주로 작곡 하다가 우리 혼이 깃든 가곡에 눈을 떠서 유 경환 씨에게 가사가 될 시를 부탁했죠 그래서 <산노을>을 받아 읽었는데 고향집 뒷산에서 어릴 때 본 낙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쓸쓸함과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시는 붉은 노을의 아름다움과 황혼에 서린 우수를 그린 것이고 내향적 성격의 작곡가 역시 E단조의 음울한 멜로디를 붙였다 이 노래는 4분의 4박자와 4분의 5박자가 엇갈려 변 박자가 심하고 음폭이 넓고 극적이어서 성악가들이 부르기엔 다소 까다로워 작곡한지 3년만에야 햇빛을 보았다 "사장되는 줄 알고 안타까워했는데 테너 안형일 씨가 1974년에 국립극장에서 독창회 때 부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테너인 그를 위해 음계를 G단조로 올려서 바꾸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E단조였다가 G단조로 발표됐다 시의 외로움과 우수적인 선율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1970년대 중반에 김호성 씨가 취입했고, 김성길·김대근·엄정행 씨 등이 불렀으며 신영조 씨가 부산에서 발표회를 가질 때 불러 부산에서 더 잘 알려졌다 신씨의 발표회 후 부산방송국에서는 한 달간이나 이 곡을 방송했다 보통학교 시절에 작곡을 시작한 그의 곡은 다 없어졌으나 지금은 6학년 때의 작품인 동요 <나뭇잎 배>가 전해 온다 12세 때 급우가 쓴 동시에 작곡했는데 그 친구가 요절함에 따라 후에 <산노을>작사자인 유경환 씨의 동시로 바꾸었다 군산 중학교 3학년 때는 <밤의 노래>를 작곡했는데 훗날 방태희 씨가 초연했다 서울 음대 작곡과 졸업 후 기악곡 쪽에 주력하다가 <산노을>을 계기로 가곡으로 전환했다 <산노을>이후에도 유경환 시에 여러 편곡을 붙였다 <어머니> <골짜기의 불빛> <풀피리><도라지꽃> 등 20여 곡이다 이외에도 김영랑 시에 작곡한 <오메 단풍들것네><좁은 길가에> <강물이 흐르네><저녁 때>등이 있다
유경환 시인(1936 ~ 2007)
유경환이 경복고 2학년 때 서울음대를 갓 졸업하고 음악교사로 부임한 작곡가 박판길을 사제지간으로 만나게 되는데 나이로는 8세 차이다 유경환은 <산노을>의 탄생을 이렇게 얘기했다 "어느 날 박 선생님께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박 선생님께서 배운지 2년만에 제가 졸업했고 그 분도 곧 다른 곳으로 가셔서 죽 소식이 끊겼었거든요 "회사 근처 다방에서 만났는데 가곡을 지을 시를 하나 부탁하시는 거예요 서정 가곡에 우리 혼을 넣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마침 출판했던 시집<산노을>의 표제시인<산노을>을 드렸죠 읽어보시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박판술은 우리 감정에 딱 맞는다고 말했다 그 후 리듬에 맞추기 위해 몇 개의 字句 수정하느라 여러 번 다방에서 만났다 얼마 지나 작곡 후 유씨는 어떤 가락인가 듣고 싶어했다 박판술은 그 시끄러운 다방 안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락에 유경환은 홀딱 반해 버렸다 그의 시에는 김동진 등 여러 작곡가에 의해 작곡된다 김동진 작곡<민들레><제비꽃>, 금수현 작곡<파도> 나인용 작곡 <설악산 ><고려청자>, 한용희 작곡 <물새의 고향><풀밭에서> 등 10여곡은 《한국가곡집》에 수록된 곡으로 유경환의 시가 노랫말이다 미수록된 곡에 그의 시가 가사로 채택된 것까지 모두 30여 편에 작곡됐다 편집 및 요약 : 윤슬 성두석(출처 : 내마음의 노래 / www.krsong.com/)
<유경환 시인 추가 정보> 황해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산노을>, <혼자 선 나무> 등 50여 권의 시집을 통해 평자들로부터 ‘간결한 이미지로 압축한 맑고 따스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미 10대 때부터 소년세계·새벗·학원 같은 잡지를 통해 文名을 날렸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 추천을 거쳐 시단에 데뷔했다. 월간 ‘사상계’ 기자로 시작, 사상계 편집부장, 조선일보 문화부장, 소년조선일보 주간, 조선일보 논설위원 겸 사사편찬실장,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 40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았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한국아동문학교육원 원장 역임 *** 편집 : 윤슬 성두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