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수선화에게 / 정호승

음악듣는남자 2019. 3. 15. 18:48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

경남 하동 출생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 성장기를 보냈다 중학교 1학년(62년) 때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도시 변두리에서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고 전국고교문예 현상모집에서 “고교문예의 성찰”이라는 평론으로 당선되어 문예장학금을 지급하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68년 입학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으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등단 정호승은 정치적 ·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슬프고도 따뜻한 시어들로 그려 냈다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쉬운 말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그려내곤 한다 이에 1976년에는 김명인 · 김승희 · 김창완 등과 함께 반시(反詩) 동인을 결성해 쉬운 시를 쓰려 노력하기도 했다

정호승의 몇몇 시는 양희은이나 안치환 등 가수들에 의해 노래로 창작되어 음반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시편 〈부치지 않은 편지〉(백창우 작곡)는 김광석의 유작앨범에 수록되었다 <이별노래〉는 최종혁 작곡으로 이동원이 불러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수선화에게〉는 이지상이 작곡하여 안치환이 노래하였다 개인적 서정을 쉽고 간명한 시어와 인상적인 이미지에 담아냈다는 평으로 소월과 미당을 거쳐 90년대 이후 가장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은 시인으로 꼽혔다 민중들의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표출해 왔으며 관찰의 성실함과 성찰의 진지함으로 민중들의 애환과 시대의 문제를 시 속에 형상화하였다 인기 드라마 작가 김정수(본명 김정숙)씨와 대학 동창이며 드라마 작가 박진숙씨의 대학 1년 후배이기도 하다
Echo and Narcissus / John William Waterhouse(1849 ~ 1917)
시집으로는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 (창작과 비평사) 1982년 《서울의 예수》(민음사) 1987년 《새벽편지》 (민음사) 1990년 《별들은 따뜻하다》 1991년 《흔들리지 않는 갈대》 (미래사) 1997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1998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2003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열림원) 2004년 《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2010년 《밥값》 (창비) 2013년 《여행》 (창비) 2014년 《내가 사랑하는 사람》(신개정판)(열림원) 2015년 《수선화에게》(비채)가 있고 장편소설《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수필집《첫눈 오는 날 만나자》 동화《에밀레 종의 슬픔》《바다로 날아간 까치》《연인》《항아리》《모닥불》 동시《참새》, 산문집《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가 있다 소월 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편운 문학상, 가톨릭 문학상 상화 시인상, 공초 문학상 수상 === 위에서 시의 연 구분은 제가 임의로 했음을 밝혀 둡니다 === *** 편집 : 윤슬 성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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