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 박정대

음악듣는남자 2018. 12. 6. 19:40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 박정대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 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