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에서 / 유춘희
어느 바닷가 자그만 찻집에서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정갈한 몇 개 목조의자와 말없는 불빛
가끔씩 지나는 돌개바람에
덜컹이는 들창이
더욱 그대를 생각나게 하네
계단의 끝에서
햇빛 한자락 말없이 빛나고 있네
젖은 커피 한 잔
곡명이 희미한 블루스 기타 연주곡
문득 안개가 보고 싶어
죽은 시인의 시를 읽었네
익명의 바닷가에서
그도 생전에
얼마나 많은 편지를 띄웠을까
나는 안개 속을 걸아가듯
조심 조심 쓰네
한 번씩 죄절이 깃들 때
늘 그랬듯이
그대는 더욱 당당하게 일어나
인생을 산책하고 황혼의 저녁길을
힘차게 돌아올 것을 믿는다고
만나지 않으면서도 만나고
헤어지지 않으면서도
헤어지는 사람들처럼
우린 그저
서로의 바다가 필요했던 것 뿐이라고
다시 만나면 우리는 분명
그 전처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람과 햇빛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바다가 끝없이 밀려오던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그 때
그대는 나에게 말할 것이네
나를 향한 무수한 편지를 보냈었다고
가끔씩 돌개바람 지나고
의자와 불빛들이 말없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찻집이 있는 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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