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랑 나랑은 / 배따라기(토크송, 이혜민)
(이혜민 작사 작곡, 1986년)
그 애는 가을을
무척 사랑했던 소녀였죠
아니 가을을 무척이나 타는 소녀가
더 어울리겠죠
열아홉 나이에 맞지 않게
언제나 커다란 두 눈가에
눈물이 펑펑 터질 것 같아
조그만 제 마음은 늘 떨리곤 했죠
그 애와 제가 언제 만났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가을을 동행한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지냈답니다
솜사탕처럼 포근한
그 애의 손길이 처음 닿을 때부터
저는 사랑이 움트는 것을 느꼈죠
사랑을 몰래 키운 제 마음을
혹시 그 애에게 들킬까봐
빨갛게 물든 제 얼굴은
그 애 앞에서는 늘 어색하기만 했죠
초코렛을 좋아하는 연인이지만
언젠가 그날은 거리에 하나 가득
비가 내려 낙엽이 떨어지고
슬픈 그 애의 눈빛처럼 창백한 가을이 짙어갈 때
작고 가냘픈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을 느꼈죠
차가운 겨울도 아닌데
꽁꽁 얼어 버릴 것 같은 마음에
두 손으로 그 애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가슴에 안아도
그 애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가웠죠
마치 나의 두 볼에 흐르는 눈물처럼
파랗게 멍든 낙엽 하나가
지난 가을날 그 애와의 아픈 이야기처럼
이제금 거리에 떠돌고 있지만
먼 옛날이야기처럼
가을이면 그 사랑이 그립기만 하답니다
1986년 배따라기 이혜민은
연주곡 8곡, Talk Song 5곡 등 13곡을 담은
Talk Song 앨범 <그 해 겨울이야기>를 발표한다
모든 곡을 이혜민이 작사 작곡하였는데
그 중 5곡의 Talk Song은
<그 해 겨울이야기, 빛바랜 양철지붕, M에게, 나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그 애랑 나랑은>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