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音律庭園

네 영혼의 중앙역 / 박정대

음악듣는남자 2008. 3. 16. 23:29




네 영혼의 중앙역 / 박정대 
키냐르, 키냐르 
부르지 않아도 은밀한 생은 온다 
음악처럼, 문지방처럼, 저녁처럼 
네 젖가슴을 흔들고 목덜미를 스치며 
네 손금의 장강 삼협을 지나 네 영혼의 
울타리를 넘어, 침묵의 가장자리 
그 딱딱한 빛깔의 시간을 지나 
욕망의 가장 선연한 레일 위를 미끄러지며 
네 육체의 중앙역으로 은밀한 생은 온다 
저녁마다 너를 만나던 이 지상의 물고기 자리에서 
나는 왜 네 심장에 붙박이별이 되고 싶었는지 
네 기억의 붉은 피톨마다 은빛 비늘의 
지문을 남기고 싶었는지 
내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한 마리 외로운 몸짓으로 
네 몸을 거슬러 오를 때도 
내 영혼은 왜 또 다른 생으로의 
망명을 꿈꾸고 있었던 것인지 
생이 더 이상 생일 수 없는 곳에서, 
생이 그토록 생이고만 싶어하는 곳에서 
부르지 않아도 은밀한 생은 온다 
은밀해서 생일 수 밖에 없는 
단 하나의 확실한 생이 
겨자씨처럼 작은 숨결을 내뿜으며 
덜컹거리는 심장의 비밀을 데리고 
저녁처럼, 문지방처럼, 음악처럼 
네 영혼의 중앙역으로 은밀한 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