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자작시

나는 울었네 / 윤슬성두석

음악듣는남자 2008. 1. 14. 00:33
나는 울었네 / 윤슬성두석 (06년 1월 10일) 너는 말했지 함께 선 나무보다 혼자 선 나무가 아름다워 혼자 서 있는 나무가 외로워 보여 아름다워 나만 다가갈 수 있는 당신인 것만 같아 아름다워 너는 말했지 밝고 신나는 노래보다 슬픈 노래가 아름다워 실컷 울 수 있는 슬픈 노래가 아름다워 나만 들어줄 수 있는 당신의 노래인 것만 같아 아름다워 너는 말했지 해피엔딩의 영화보다 슬픈 영화가 아름다워 끝나도 금방 웃지 않아도 되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당신이 있어 슬픈 영화가 아름다워 그리고 너는 말했지 내일...내일이면 나 마흔이야 흘러 가버리는 시간들이 두려워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내 키보다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기보다 어느덧 깊이 박혀 든 세월의 삽질에 뿌리 뽑힌 갈대처럼 한순간 온몸의 수액이 말라버릴 것만 같애 이제는 당신한테 투정도 못 부리고 혼자 감당해야할 것 같은 어른이 되는 게 싫어 흔들리면 안 될 것 같은 마흔이 싫어 나는 말했지 너보다 먼저 겪은 마흔의 아픔으로 흰눈썹뜸부기처럼 외로울 너를 사랑할거야 기쁨이 다하면 슬픔을 다하고 이 아픔마저 다하도록 너를 사랑할거야 너를 기쁘게 해줄 수는 없어도 네가 또다시 아파할 때 안길 가슴이 되고 네가 또다시 눈물 흘릴 때 건네 줄 손수건 되어 그 슬픔 다할 때까지 너를 사랑할거야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지 난 마흔 다섯이어도 날마다 흔들려 너처럼 혼자 선 나무를 좋아하고 너처럼 슬픈 노래를 좋아하고 너처럼 슬픈 영화를 좋아하고 네 몰래 가슴으로 울음 운단다 너는 이제 나에게 없다 너의 미소 햇살 되어 쏟아지던 안개 낀 낙동강 둑을 오늘 아침엔 재두루미처럼 나 홀로 걸어가고 있다 너와 함께 한 추억들이 꽁꽁 얼어붙은 강 밑으로 부레옥잠 되어 숨어 버렸다 너는 내가 닿지 못할 아득한 거리에 있고 그리움은 얼음장 밑을 흐르는 시린 물 되어 물풀을 끌어안고 고호처럼 엉엉 울고 있다 누군가가 아, 누군가가 얼음구멍 내어 낚싯줄이라도 드리운다면 아직도 내 것만 같은 너의 외로운 얼굴 하나 진눈깨비 흩뿌리는 저 하늘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오늘은 나도 울었네 네가 좋아하던 조팝나무 꽃잎 같은 눈가루들이 널 향한 그리움 되어 물억새꽃 홀씨처럼 훨훨 날리는 안개 낀 겨울아침 얼음강가에서 둘이 함께 선 수양버들 바라보며 엉엉, 혼자 울었네 아지랭이꽃잎 처럼 하얗게 떨어지던 네 눈물 어루만지며 언제나 가슴으로만 삼켜야 했던 내 눈물을 나 혼자 보아야 하기에 그것이 슬퍼 그것이 하도 서러워 왕눈물떼새 홀로 우는 갈숲에서 네 마음 같을 마른 갈대 부여잡고 엉엉, 함께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