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랑 나랑은 / 배따라기(토크송, 이혜민) (이혜민 작사 작곡, 1986년) 그 애는 가을을 무척 사랑했던 소녀였죠 아니 가을을 무척이나 타는 소녀가 더 어울리겠죠 열아홉 나이에 맞지 않게 언제나 커다란 두 눈가에 눈물이 펑펑 터질 것 같아 조그만 제 마음은 늘 떨리곤 했죠 그 애와 제가 언제 만났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가을을 동행한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지냈답니다 솜사탕처럼 포근한 그 애의 손길이 처음 닿을 때부터 저는 사랑이 움트는 것을 느꼈죠 사랑을 몰래 키운 제 마음을 혹시 그 애에게 들킬까봐 빨갛게 물든 제 얼굴은 그 애 앞에서는 늘 어색하기만 했죠 초코렛을 좋아하는 연인이지만 언젠가 그날은 거리에 하나 가득 비가 내려 낙엽이 떨어지고 슬픈 그 애의 눈빛처럼 창백한 가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