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자판기 앞에서 / 이명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오줌 누고 커피 한 잔 빼먹고 싶다 천 원짜리 한 장 집어넣고 버튼을 눌렀다 커피가 설탕과 프림과 몸을 섞으며 컵 속으로 녹아든디 등 뒤에서 선생님, 저도 한 잔 빼주세요 서둘러 종이컵을 뺐다 선생님, 빼지 마세요 아직 물이 나와요 물 물, 왜 그리 물이 부끄러울까 봄밤의 몽정처럼 먼 산 저 꽃들 질펀하게 터져 나온다 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茶香詩카페 2020.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