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일 2

첫사랑의 뒷모습 / 임찬일

첫사랑의 뒷모습 / 임찬일 비슥히 때리거나 물집으로 잡혀드는 뽀얀 차 창 저 바깥면의 즐거운 빗방울을 이제는 이해하고자 타이르듯 말한다 무엇을 가르키던 손가락 한 개 뽑아 습기 찬 마음에다 글씨를 쓰고 싶다 세상에 고치지 못할 병 하나를 얻었을까 바람의 혼을 맞아 기쁘게 우는 사연 자꾸만 보태어도 늘지 않는 삶의 연습 나 하나 쓰러뜨리던 부드러운 상처여 누가 또 내 이름을 숨어서 부르는가 위태로운 몸짓으로 떠오르는 슬픈 예감 더운 피 아프게 흘러 차라리 눈을 감고 새로 살이 돋는 이 놀라운 안심 속에 저 혼자 줄을 매고 빈 그네로 흔들리는 그래도 지우지 못한 서투른 글씨 한 줄 (1955년 - 2001년) 전북 나주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15년간 현대자동차써비스 근무(기획 홍보부문) 1986년 월..

첫사랑♡詩 2022.08.25

슬픈 커피 / 임찬일

슬픈 커피 / 임찬일 헤어진 사람하고도 그때 좋았을 당시에는 가슴에 프림처럼 감미로운 이야기를 풀어 저으며 따뜻한 눈빛 아래 한 잔의 커피가 있었다 추억은 이제 벽에 걸린 찻잔 모양 물기가 마르고 오이씨처럼 풋풋한 눈물로 슬픔도 푸르게 자라던 그 시절을 혼자 빠져 나와 또 한 잔의 커피 앞에 앉는다 갔다, 내가 붙들지 못한 사랑의 발목 냉커피처럼 내 가슴을 식혀 놓고 흘러간 그 사람 우리 사이에 남은 쓴맛을 낮추기 위해 나는 처음으로 설탕을 듬뿍 떠 넣는다 이제 그의 이름만 떠올려도 옛 시간은 블랙커피처럼 쓰다 오래 전 턱을 괴고 앉아 그를 기다릴 때 나는 무슨 느낌으로 커피에게 내 입을 빼앗겼을까 돌려받을 수 없는 시간을 그 사람은 갖고 떠났다 그와 나눈 한 잔의 커피가 이 세상의 가장 진한 이야기가 ..

茶香詩카페 2019.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