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짧은 편지 / 김상미몇 달, 아니 몇 해가 흘렀네요 당신을 만나고도 한참을 더 살았네요 느릿느릿, 아니 숨 가쁘게 헉헉 자기네들끼리 모여 소풍 다니는 흰 구름 떼처럼 산 넘고 바다 건너 초원을 가로질러 왔네요 진짜 삶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은 활활, 커다랗게 한숨 쉬고 있지만 배고픔과는 다른 내 삶을 어떻게 하겠어요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낙타 발굼치에 묻은 모래방울로도 집을 짓는 당신 첫눈에 나는 반했는걸요 무너지고 무너지면서도 당신에게로 가는 새장처럼 조그마해진 나의 집 아직도 나는 그 집에서 살아요 당신 때문에 엉망이 된 내 별자리 위에서 밥도 짓고 기도도 드려요 뜨거운 햇살 아래선 밀짚모자를 쓰고 도저히 답습할 수 없는 세계는 눈 딱 감고 건너뛰어 다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