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화 2

따뜻한 안부 / 박복화

따뜻한 안부 / 박복화 지금 그대 춥거던 내 마음을 입으시라 내복 같은 내 마음을 입으시라 우리의 추운 기억들은 따뜻한 입김으로 부디 용서하시라 당신과 나의 거리가 차라리 유리창 하나로 막혀 빤히 바라볼 수 있다면 좋으리 차가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언 손 마주 대고 있어도 좋으리 성에를 닦아내듯 쉽게 들여다보이는 안팍이면 좋으리 시린 발바닥에 다시 살얼음이 티눈으로 박히는 계절 한 뼘의 고드름을 키우는 바람소리 깊어지면 눈빛 하나로 따스했던 그대만 나는 기억하리 나조차 낯설어지는 시간 스스로 기다림의 박제가 되는 저녁 입술이 기억하지 못하는 절실한 그대의 안부 지금 내 마음처럼 그대 춥거던 이 그리움을 입으시라 ********************** 박복화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2003년 12월 "매향..

詩音律庭園 2019.02.14

나는 가끔 / 박복화

가끔 / 박복화 때때로 나는 비 내리는 쓸쓸한 오후 커피향 낮게 깔리는 바다 한 모퉁이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방관자처럼 나를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까닭 없이 밤이 길어지고 사방 둘러 싼 내 배경들이 느닷없이 낯설어서 마른기침을 할 때 나는 몇 번이고 거울을 닦았다 어디까지 걸어 왔을까 또 얼만큼 가야 저녁노을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세월의 흔적처럼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낡은 수첩을 정리하듯 허방 같은 욕심은 버려야지 가끔 나는 분주한 시장골목을 빠져 나오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

詩音律庭園 2010.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