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 이향 잠시 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어제 저녁 붉게 노을 졌던 태양의 한때처럼 오늘 아침 초록으로 흔들리는 잎의 한때처럼 한순간이란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어서 새벽마다 물방울이 맺히는 것일까 물방울 같은 한순간 그 물방울만한 힘이 나뭇가지를 휘게 하는지 그때 붙잡고 싶었던 것은 네가 아닌 그 순간이었다 당신도 그렇게 왔다 가는 걸까 어느 순간 기척 없이 빠져나간 손바닥의 온기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의 그늘처럼 이미 예정된 한순간 속의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