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2

첫사랑 / 고재종

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 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 시인 1959년 전남 담양 담양 농업고등학교 졸업 1984년 《실천문학사》에 시 발표 등단 1999년까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절제된 언어 표현과 토속어를 구사하며 음악성을 특성으로 하는 시를 주로 창작해 왔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쌀밥의 힘』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사람의 길은 하..

첫사랑♡詩 2020.03.15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 고재종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고재종 비 오고 활짝 개인 날인데도 오늘은 우체부조차 오지 않는 이 쓸쓸한 자리보전, 떨치고 뒷산 숲 속에 드니 일렁이는 게 생생한 바람인지 제 금보석을 마구 뿌리는 햇살인지 온갖 젖은 초록과 상관하는 것인데 은사시, 자작나무는 차르르 차르르 개느삼, 수수꽃다리는 흐느적흐느적 왕머루, 청미래덩굴은 치렁치렁 일렁이는 것이 당연할 뿐, 여기서 제 모자란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랑이여, 나 저절로 일렁이네 오월 숲에선 뻐꾸기 한나절 호곡도 가슴 깊숙이 녹아내릴 뿐 세상은 너무 억울하지도 않네 그렇다네, 세월이 잠깐 비껴난 숲에서 일렁이는 것들이 진저리치다 산 꿩의 썽썽한 목청을 틔울 때 사랑이여, 난 이 지상의 외로움 조팝꽃 그 쌀알수만큼은 녹이겠네 아니아니 또르르륵 또르..

詩音律庭園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