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뒷모습 / 임찬일
비슥히 때리거나 물집으로 잡혀드는
뽀얀 차 창 저 바깥면의 즐거운 빗방울을
이제는 이해하고자 타이르듯 말한다
무엇을 가르키던 손가락 한 개 뽑아
습기 찬 마음에다 글씨를 쓰고 싶다
세상에 고치지 못할 병 하나를 얻었을까
바람의 혼을 맞아 기쁘게 우는 사연
자꾸만 보태어도 늘지 않는 삶의 연습
나 하나 쓰러뜨리던 부드러운 상처여
누가 또 내 이름을 숨어서 부르는가
위태로운 몸짓으로 떠오르는 슬픈 예감
더운 피 아프게 흘러 차라리 눈을 감고
새로 살이 돋는 이 놀라운 안심 속에
저 혼자 줄을 매고 빈 그네로 흔들리는
그래도 지우지 못한 서투른 글씨 한 줄
|
(1955년 - 2001년)
전북 나주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15년간 현대자동차써비스 근무(기획 홍보부문)
1986년 월간문학 단편소설 당선
1986년 스포츠서울 시나리오 당선
1986년 중앙일보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詩 당선
시집
『알고 말고 네 얼굴』 『못다한 말 있네』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난 그쪽 하늘부터 바라본다』
시조집
『내게로 온 것들은 눈이 슬퍼라』
장편소설
천재 시인 백호 임제(白湖 林悌)의 일생을 그린 『임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