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노래

둘이서 / 산울림

음악듣는남자 2019. 10. 27. 23:23




둘이서 / 산울림
(김창완 작사 작곡, 1978년)
시계 소리 멈추고 커텐을 내려요
화병속에 밤을 넣어 새장에 봄날을
온갖 꽃 모두 다 방 안에 가득히
그리고 둘이서 이렇게 둘이서


부드러운 당신 손이 어깨에 따뜻할 때 옛 얘기처럼 쌓여진 뽀얀 먼지 위로 은은히 퍼지는 기타 소리 들리면 귓가엔 가느란 당신 숨소리




이래 글은 
tistory의 A Piece Of Cake에 있는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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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의 가사에 처음 '사랑'이란 낱말이  등장한 건 
8집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부터이다
데뷔부터 7장의 앨범을 낼때까지 그 많은 노래를 펼쳐놓으면서도 
김창완은 '사랑'이라 끝내 말하지 않았다
사랑을 '사랑'이라는 언어로 개념화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것일까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는 그 순간 더이상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라고 믿었던 걸까
아니면 난무하는 (사랑이라는 언어없이는 노래가 안될 것같은) 
사랑타령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한다는 말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말로서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말 이전에, 그 말을 내뱉기 전에 이미 느껴지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손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쓴다, 사랑을 '사랑'이라는 말이 아니면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이 사랑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사랑은 '사랑'이라는 언어 아니면 안될 것처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랑'이라는 말로 확인하려하고 표현하려 한다 그래서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로 인해 빛이 바래고 그 언어는 더이상 진정성을 담지 못하는 듯 하다 너무 쉽게 내뱉는 '사랑'이라는 말 때문에 아무도 '사랑'이라는 말의 떨림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산울림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는 '둘이서'라는 소품같은 곡이 수록되어있다 2분 30초짜리 짧은 노래는 흔한 '사랑'을 한번도 속삭이지 않지만 그 둘 사이의 정경만으로도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다 그 둘 사이의 밀도, 숨 막힐듯한 떨림. 찬찬히 눈을 감고 그려보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으나 '사랑'이라는 언어를 의도적으로 피했기에 산울림은 주옥같은 사랑노래를 남겼다 명확하지 않으나 어떤 의도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고민들 산울림의 바래지 않은 생명력과 펄펄뛰는 표현은 사랑을 '사랑'안에 가두지 않았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말에 쉽게 기대어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린건 아닐까 *** 출처 : 음악창고 / A Piece Of Cake (https://silentsea.tistory.com/385) ***

산울림 아래의 음원은 2011년 12월 1일 daum카페 <기타가 있는 마을>에 <자목련>이라는 이 카페의 회원이 부르고 올려 두신 걸 갖고 왔습니다
산울림
자목련
사용된 이미지들은 서양화가 성혜림 화백의 그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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