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雨좋은시

밤비 / 마종기

음악듣는남자 2019. 7. 19. 21:36




밤비 / 마종기 
참 멀리도 나는 왔구나 
산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강물도 흙이 되어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사방에 풀어지고 
가까운 저녁도 말라 어두워졌다 
그대가 어디서고 걷고 있으리라는 희망만 
내 감은 눈에 아득히 남을 뿐 
폐허의 노래만 서성거리는 이 도시 
이제 나는 안다 
삶의 사이사이에 오래된 다리들 
위태롭게 여린 목숨조차 편안해 보이고 
그대 누운 모습의 온기만 내 안에 살아 있다 
하늘은 올라가기만 해서 멀어지고 
여백도 지워진 이 땅 위의 밤에 
차고 외로운 잠꼬대인가 
창밖에서 떠는 작은 새소리,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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